공득지물(空得之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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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목동들이 자신의 사유지는 보전하고 모두에게 개방된 목초지에서만 소를 방목한다면 그 목초지는 곧 황폐해지고 말 것이다.” 미국의 생태학자인 개릿 하딘이 1968년 사이언스에 기고한 ‘공유지의 비극’이란 제목의 칼럼 내용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유자원은 사람들의 남용으로 쉽게 고갈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러면서 아무리 넉넉한 공유자원일지라도 공동의 강제적 규칙이 없다면 많은 이들의 무임승차로 인해 결국 파괴된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지적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제주엔 개방된 목초지가 널려 있었다. 야트막한 오름이나 개간이 이뤄지지 않은 들판은 일소(農牛)를 키우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소들은 대개가 이곳에 방목되었다. 풀이 자라는 속도보다 소 떼가 풀을 뜯는 속도가 빨라 방목 후엔 거친 풀이나 나뭇가지 정도만 남았다. 반면에 돌담으로 울타리를 친 인근의 사유지는 온전했다. 공과 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연하게 알 수 있는 영역이었다.

▲제주의 자연에 대한 상황을 보노라면 공유지 비극을 연상하게 한다. 제주도가 최근에 발간한 ‘2020-2021 환경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내 전체 지하수 이용 가능량은 월 5435만t이다. 이 가운데 90%인 4886만t이 허가돼 취수가 이뤄지고 있다. 지하수를 물 쓰듯 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공짜로 여기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지하수에도 ‘공유지 비극’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엄격한 총량 관리에 나서야 한다.

어느 마을 공동목장 부지엔 마라도(30만㎡)의 2.7배에 달하는 면적에 태양광 패널이 들어선다고 한다. 도내 최대 규모다. 주민들이 공동 사업자로 참여해 다행이지만, 3만8000여 그루의 수목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업자 측에서 식생 복원 계획을 마련하겠지만, 훼손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태양광발전도 풍력처럼 공공자원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친환경적인 사업이라는 것이 오히려 환경 파괴를 주도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힘들이지 않고 얻은 공득지물(空得之物)은 언제나 달콤하고 중독성이 강하다. 하지만 나중에 비용을 치러야 한다. 당장 쓰고 보자는 심리로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제주가 그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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