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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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독일을 비롯한 유럽 도시의 길거리를 걷다보면 인도 위에 박혀 있는 작은 동판을 볼 수 있다.

가로 세로 10㎝의 황동판에는 ‘몇년도에 태어난 누가, 몇 년도에 체포돼 아우슈비츠에서 살해됐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동판을 독일어로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이라고 부른다.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은 동사인 Stolpern(슈톨퍼른·걸려 넘어지다)과 명사 stein(슈타인·돌)이 결합해 만들어진 어휘로 ‘걸림돌’을 의미한다.

슈톨퍼슈타인은 독일의 예술가인 군터 뎀니히가 1992년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길바닥에 설치된 작은 추모동판들은 나치시대에 박해받고 살해당한 사람들, 강제수용소에 보내져 학살된 사람들, 추방된 사람들, 자살하도록 내몰린 사람들의 운명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 프로젝트는 독일 전역으로 퍼졌으며 2006년부터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 현재는 유럽 2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 인간의 잊혀짐은 그의 이름을 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모토로 나치시대의 고귀한 희생자들을 일상속에서도 기억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에는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청소년단체들로 함께하며 잘못된 역사를 오롯이 참회하고 기억하려 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행정예고한 2022 개정 교육과정안은 교과의 자율성 강화를 이유로 ‘학습요소(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핵심 요소)’를 삭제했다. 이어 국가교육위원회가 의결한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에도 4·3이 명기되지 않았다.

4·3은 지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한국사 학습요소로 포함돼 2020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모두에 기술됐다.

그러나 학습요소가 사라지면 교과서에서 4·3을 반드시 다뤄야 할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제주4·3은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는 잊혀진 역사가 되고, 정의롭고 완전한 해결의 길로 나아가던 제주4·3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역사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 순간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역사적인 사실을 잊거나 부정·왜곡한다면 일본이 일제강점기의 만행을 부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슈톨퍼슈타인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도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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