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치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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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애월문학회장·시인

겨울이지만 가을 같은 날씨가 며칠째 이어진다. 이런 날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 위치한 도치돌을 찾아간다. 평화로를 지나 도치돌을 찾아가는 길 양쪽에는 억새가 줄지어 서 있고, 언덕너머에도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억새의 손짓을 따라 도치돌에 도착했다.

처음 도치돌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은 도치돌을 찾는 데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도치돌이란 이름자체도 생소하지만, 도치돌이 위치한 곳이 하천 가운데이고, 중산간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도치돌은 어음 제주축협 공판장 입구 왼쪽을 돌면 길 가운데 소나무 다섯 그루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여기서 소나무를 조금 지나면 삼거리가 보이고, 왼쪽으로 50여 m 가면 도치돌 소공원이 나타난다.

소공원을 지나면 하천 가운데에 도끼모양 같이 생긴 돌이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이것이 도치돌이다.

도치돌이 모든 세상의 근심과 설움을 날카로운 날로 한 번에 ‘쫙~’하고 쪼갤 것만 같다. 도치돌은 해발 약 200m 중산간 지역에 위치하며, 주변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하천 동쪽에서 보면 꼭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어찌 하천 중간에 이러한 바위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천 중간에 있어 천중부석(川中斧石)이라고 한다. 도치돌은 가로 5m 70㎝, 높이 7m, 두께 1m 55㎝정도 된다. 삼각형 모양으로 날카로운 도끼의 날 형상을 한 거대한 바위다.

‘도치’는 ‘도끼’의 제주말이다. 따라서 도치돌은 도끼같이 생긴 돌이라는 뜻이다. 도치돌 옆에는 넓적한 돌이 있는데 그것을 심돌이라 부른다. 도끼를 가는데 사용되는 사각형 모양의 돌이다.

도치돌을 받쳐주는 돌과 날을 가는 사각형 숫돌도 있고 주위를 에워싸는 암석과 궤와 여러 가지 약초도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설마하니 실제로 도치돌을 이 심돌로 갈지는 않았겠고, 나무하러 온 나무꾼이 이 넓적한 심돌 위에 앉아 휴식을 취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도 그럴 것이 옛날 도치돌 주변에는 땔감이 좋아 이곳까지 땔감을 구하러 왔었다고 한다.

몇 년 전 이곳에서 만난 80세가 넘은 한 할아버지는 60년쯤 전에 땔감을 하러 한림읍 귀덕에서 이곳까지 왔었다고 말했다. 도치돌 주변의 나무는 땔감용으로 좋아 거의 매일 이곳 주변에 왔었다며 도치돌을 바라보며 옛날을 회고하기도 했다. 옛날 도치돌 주변에는 송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는 말도 덧붙인다.

도치돌 뒤로는 병풍처럼 펼쳐있는 암석이 높이 10여 m 길이 20여 m 정도로 마치 도치돌을 호위하듯 서 있어 도치돌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도치돌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 옛날 제주에 유배를 온 어떤 장수가 도치돌 주변에 움막을 짓고 살며 권토중래를 꿈꾸며 도치돌에 검을 갈면서 무예를 연마하다가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또 옥황상제가 한 장수를 인간에 보내면서 천하를 평정하라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장수의 칼을 냇가로 던져 버리자 도치돌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비가 많이 와 냇물이 흐를 때 도치돌 위에 덤불(덩굴)이 씻어 내려가면 흉년이 든다고 하고 일 년에 세 번 이상 냇물이 흐르면 솥을 씻고 엎어버리라는 설이 있다.

아무튼 도치돌에서 세상이 온갖 번뇌를 벗어 던져 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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