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불개(過而不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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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교수들이 올 한해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처음 등장하는데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면 이것이 잘못이라 한다)라고 했다.

‘과이불개’는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에도 나오는데,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는 대목이 실록에 적혀 있다.

사자성어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타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밝혔다.

그는 또 “과이불개를 추천한 더 큰 이유는 잘못을 고친 사례가 우리 역사 속에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니 그런 사례가 여럿 있었다"며 특히 성군으로 불린 세종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며 이를 고치는 장면이 많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러움),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음),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 2018년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목숨을 함께하는 새), 2020년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2021년 묘서동처(猫鼠同處·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거리가 됐다) 등이다.

혼란스러웠던 한국 사회가 여실히 한눈에 드러난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져 여야가 바뀌는 등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도 여전히 정치권은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 국가의 미래 발전보다는 정쟁만 일삼고 있다. 새해를 며칠 앞두고 있지만 국민들의 얼굴에는 기대감보다는 상심이 그득하다.

내년 이맘때는 한국 사회가 희망찬 사자성어로 집약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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