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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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 논설위원

원주민 시대 공동체는 자연 만물에 성스러운 신의 숨결이 있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모든 존재가 서로 도와야 세상이 조화롭다고 여겨서 옛 사람들 행동도 조심스러웠다.

북미 원주민 한 부족은 아이가 탄생하면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아이의 안녕을 부탁했다. 먼저 태양, 달, 별 등 하늘에 천체들에게 새로 온 생명을 승인하고 그 나갈 길을 평탄하게 하여서 첫 번째 언덕을 오를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한다.

그 다음 바람, 구름, 비, 안개, 등 대기 속의 존재들에게 아이가 무사히 두 번째 언덕에 도달하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산야, 계곡, 강, 호수, 나무와 풀 등 대지에 속한 대상들에게 탄생한 아이를 도와서 세 번째 언덕 위에 닿을 수 있게 해줄 것을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나는 새들, 크고 작은 동물이나 숲에 사는 생명체들과 곤충들, 땅 속 은신처를 기어 다니는 모든 것들에게 새로운 생명이 네 번째 언덕에 도달하게 도와달라고 한다. 즉 하늘에 천체, 대기나 대지 속 모든 존재들에게 탄생한 아이가 네 개의 언덕을 다 오르고 그 너머로 여행하도록 도와달라고 비는 내용이다.

세상 모든 존재들이 도와야 태어난 아이가 살 수 있다는 시각은 매사에 환경을 존중하도록 했을 것이다. 주변의 보살핌으로 후손들이 사고나 질병에 희생당하지 않고 충실히 명을 누린 후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기를 비는 마음, 이는 어느 시대 어느 부족에게나 삶의 핵심일 것이다.

얼마 전에 우리 사회는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을 어이없게 잃어버린 이태원참사를 겪었으며, 바이러스 감염 예방 백신에 돌연히 명을 달리한 젊은이들도 다수 있었다. 또 나라 밖에는 전쟁으로 희생당하는 젊은이들과 난민이 되어 떠도는 아이들이 있다. 네 개의 언덕을 무사히 넘기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며,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넘을 언덕들은 더욱 험해질까 걱정이다.

도시가 환경을 파고들며 뻗어가는 사이에 지구는 열나는 환자처럼 균형을 잃었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나오는 물은 칼처럼 기존 얼음덩어리를 베어내고, 얼음 없는 바다 물은 얼음이 우주로 반사하던 태양열을 그대로 흡수하여 대기의 온도를 높인다고 한다. 지구의 온도 유지 문제로 발생하는 폭우와 홍수, 큰 바람 등의 자연재해는 실제로 잦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작물 재배 지역과 식량 생산이 줄고, 생명체들은 정상체온이나 신진대사 능력 유지가 더 어려워진다는 예측이다. 지구 온난화 진행을 막지 못하면 2070년쯤 뉴욕, 도쿄, 홍콩, 뭄바이, 방콕 등 130여 항구 도시들이 침수 피해를 당하며, 이주민의 대량 발생은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나 군사적 갈등으로 번지고, 기근과 질병도 나타날 것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 앞에서 우리는 어떤 희망을 찾아낼 수 있는가. 지상의 인류가 같은 운명을 지닌 한 공동체라는 자각으로 서로를 보살피는 길에 답이 있지 않을까. 다른 나라를 경계하여 무기를 만들고 전쟁을 일으켜 삶을 파괴하는 우매하고도 치명적인 범죄는 인류의 종식을 앞당길 뿐이다.

우리는 세상 모든 존재들이 조화를 이룰 때 행복하고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행동하면 기후 변화 속도도 늦출 수 있을지 모른다. 미래의 아이들이 넘을 언덕들을 조금이라도 평탄하게 해 줄 의무는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은가.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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