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기제사 문화의 시대적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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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조상 전래의 전통문화, 차례(茶禮)나 기제사(忌祭祀)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부분의 집안마다 지내고 있다. 우선 차례는 설이나 추석 명절 아침 조상님께 올리는 제례인데 글자 그대로 ‘차(茶)’를 올리는 예식으로 간소화된 제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차례는 기제사와 달리 술을 한 잔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마찬가지로 술 석 잔을 올리는 제사형식이 돼 버렸다.

기제사는 돌아가신 조상(망자)에 대한 추모와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은혜에 보답하는 효문화의 근원인 보본반시(報本反始)라 한다. 율곡 선생은 효(孝)의 3단계로 생사지도(生事之道), 사장지도(死藏之道), 제지지도(祭之之道)라 했다. 즉, 살아생전에 섬김을 다하고 돌아가시면 예(禮)를 다하여 장례를 치르고 또한 예로써 제사를 모시라는 의미다.

고려 말 정몽주 선생이 들여온 주자가례에 의하면 왕조시대는 품계에 따라 3품관 이상은 3대까지, 6품관 이상은 2대, 7품관 이하 서인은 부모만을 제사토록 했다. 그러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신분의 차등 없이 4대 (고조) 봉사로 보편화 됐다. 그러던 것이 1969년 가정의례준칙시행으로 2대(조부모)봉사로 바뀌었으나 지금도 2대나 3대 또는 4대 봉사하는 집안이 있다.

가가례(家家禮)라 한다. 남의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은 아니지만 제수(祭需) 진설 문제, 고비위(考?位) 합사(合祀)문제, 제례 시간 등은 전통의례문화 차원에서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지난 추석 즈음에 성균관 유도회 총본부 최영갑 회장의 차례상 진설 문제를 언론에 보도한 바 있다. 제수 문제를 비롯하여 차례, 제사의 절차문제 등 시대에 알맞도록 봉행하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정성이 담겨있지 않으면 조상신이 감응(感應)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다. 제수(祭需)에 관하여 주자가례나 예기(禮記)에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다만 그곳에서 그때 나오는 제수감으로 간편하게 차리면 된다는 것이다. 조상을 기리고 추모하는 데 생시와 같이 정성으로 상차림을 하고 후손들이 평화롭고 화합의 장이 되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가족 구조의 변화, 자손으로서의 의식변화, 사회상 등 제사문화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독신자가 증가할 것이고 특정종교의 교리에 따른 제사문화의 다변화가 예측된다. ‘나죽으면 제사는 끝’ 서슴없이 내뱉는 기성세대의 감성 등….

지난해 10월에 유교문화발전연구원은 제주지역사회 기제사문화에 관하여 몇 가지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먼저 제사의 범위는 부모만(1대) 9.2%, 조부모까지(2대) 51.9%, 증조부모까지(3대) 35.1%, 고조부모까지(4대) 3,8%였다. 그리고 기제사를 지내는 시간은 저녁 6시에서 9시 28,2%, 9시에서 11시 54,2%, 11시부터 새벽1시 어간이 15.3%, 기타 2.3%였다. 차례나 기제사를 꼭 지내야 한다는 40.4%, 지내는 것이 좋다는 49.6%. 지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9.9%였다. 조상 양위의 합사(合祀)는 68,6%, 분제(分祭)는 31.3% 였다. 어쨌거나 차례나 기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의견이 90%였으니 도민들 의식 속에는 아직도 효(孝) 문화가 살아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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