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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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편집국 부국장

얼마 전 언론에 저절로 미소짓게 하는 기분 좋은 사연이 소개됐다.

충남 천안지역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갓난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밤마다 울어 이웃들의 밤잠을 설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이웃들에게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엄마는 편지에 “안녕하세요. 옆집이에요. 신생아가 밤낮이 바뀌어서 밤마다 울어요. 저녁마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조금만 참아주시면 금방 키울게요”라고 적었다.

이후 엄마의 집 앞에는 선물과 함께 답장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웃은 “반갑습니다. 지금 아기 울음소리는 반가운 소리입니다. 저는 괜찮습니다”라면서 “다시 한 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저도 아기한테 방해 안 되게 좀 더 조심하겠습니다. 건강하게 잘 키우세요. 기도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훈훈한 사연이다. 아기 엄마의 마음 씀씀이도 아름답고, 그 마음을 받아 주고, 이해하고 오히려 아이한테 방해되지 않게 신경쓰겠다는 이웃의 배려도 아름답다.

아이 울음소리는 반가운 소리다. 그런데 제주에서 반가운 소리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제주지역 출생아 수는 매년 역대 최저를 새로 쓰고 있다. 제주지역 출생아 수는 1981년 9723명에 달하기도 했지만, 2008년 5595명으로 5000명대로 떨어졌고, 2018년 4781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4000명대로 추락했다.

그나마 4000명대는 다행이었다. 이후 2019년 4500명, 2020년 3989명, 2021년 3728명으로 매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10월까지 출생아 수는 3074명에 머물렀다. 한 달 평균 300명 정도 신생아가 태어난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라면 2022년도가 역대 최저를 기록할 우려가 크다.

신생아가 줄면서 인구 자연감소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 수 역시 매년 역대 최저를 기록하다 2021년에는 아예 마이너스가 됐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지게 됐다는 의미다.

자연증가 수는 1995년 5950명에 달했지만 2016년 1952명을 기록하더니 2017년 1299명, 2018년 869명, 2019년 541명, 2020년 37명으로 더 줄었고, 2021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 501명이 자연감소했다.

월별로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956명이 자연감소했다. 이미 2021년 수준을 넘어섰다.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아이를 키우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결혼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는 인식도 변화됐다.

아이가 우는 반가운 소리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제주가 돼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제적으로나 생활면에서 안정돼야 한다.

제주에서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제주에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하고, 교육과 주거 등 생활여건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20대와 30대 젊은 사람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다. 그 숫자도 늘어나고 있어 더 걱정이다. 제주가 활기를 잃고 있는 것이다.

인구정책은 어느 하나만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삶의 첫 시작부터 끝까지를 모두 살펴야 한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아이가 우는 반가운 소리가 제주 전역 곳곳에서 울려 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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