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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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주 수필가

해가 바뀌니 내 나이 앞자리 숫자도 바뀌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들 하지만 내겐 숫자에 불과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흔에 가까운 시어머니가 계신다. 석 달 전 응급실로 실려 간 후 지금까지 퇴원을 못 하시는 상황이다. 무릎의 연골이 모두 닳아 서거나 걸을 수가 없어 대소변 문제를 타인의 손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건강을 살필 겨를도 없이 이웃집 품을 팔아 가면서 생계를 도왔는데, 노년에 내려진 훈장치곤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약해진 무릎을 수술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가족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유했더라면 지금쯤 이런 고통이 없었을 텐데, 후회와 죄송한 마음이 밀려온다. 어머니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래의 내 모습까지 포개져 겸허하고 겸손해진다. 나의 노후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지 사유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우리의 신체는 성장기를 지나면서부터 호르몬이 감소해 근육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많은 근육을 자랑하는 사람일지라도 운동강도를 높여야만 기존의 근육을 유지할 수 있단다. 어머니의 근육이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것은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처럼 근육은 우리 몸의 뼈를 단단히 잡아주고 중력에 대항하는 역할을 한다. 순발력과 유연성을 좋게 해 위험한 순간에서 벗어나게도 하고 체온 조절과 혈액의 흐름을 원활히 도와주기도 한다.

‘건강한 신체가 건강한 정신을 만든다.’는 유명한 명언이 있다.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지만 술 또는 약물에 의지하면서 스스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사회적인 문제점으로 인식한 언론에서는 방송을 통해 종종 보여주기도 하는데 몸과 마음의 건강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필요한 운동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남은 시간을 이용하겠다는 스스로에 의지마저 무너지기 일쑤다. 마침내 여기저기 나타나는 통증으로 병원 문을 두드리면서야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고통에 대한 처방은 고통’이라는 니체의 말처럼 아픔이라는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또 다른 고통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새해를 맞이했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전날부터 명소를 찾아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빈다. 그동안 미루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거나 담배를 끊겠다는 야멸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가다가 못 가면 안 가느니만 못하다는 결과 지향적인 속담은 옛말이다. 가는 만큼 성장할 수 있으니 마음을 냈다면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할지도 모른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지 않는가. 고난을 디딤돌로 여길지 걸림돌로 여길지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사람은 마음 근육이 건강한 자임이 분명하다. 긍정적인 마음 자세야말로 역경을 딛고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누구나 몸과 마음의 근육이 건강해져 날마다 좋은 날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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