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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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편집국 부국장

새해 초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쏘아 올리면서 정치권에서 선거구제 논의가 불붙었다.

윤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언급을 계기로 여야는 선거법 개정 논의에 불을 지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구조다. 예를 들어 100명이 투표를 했다고 가정해 A후보가 51표, B후보가 49표를 얻었을 때 단 2표 차이로 A후보만 당선되고 나머지 표는 묻히게 된다. 낙선자 후보가 받은 표는 사표(死票)가 된다.

1개의 선거구에서 2~3인의 대표를 선출하면 중선거구제, 4인 이상의 다수인을 대표자로 선출하면 대선거구제라고 하는데, 이를 합쳐 놓은 게 ‘중대선거구제’다.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과 관련, 국회에 제출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3건이다. 개정안마다 차이는 있지만 제주지역의 경우 현행 제주시갑, 제주시을, 서귀포시 3개 선거구는 ‘제주특별자치도’ 1개 단일 선거구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에서는 1972년 9대부터 1985년 1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을 합친 1개의 단일 선거구에서 중선거구제를 실시했다. 득표수 1위와 2위까지 2명이 국회에 입성했다.

1988년 13대 총선부터 소선거구제가 도입돼 현재처럼 3개의 선거구에서 1위만 금배지를 달았다.

정치권에서 군불을 지핀 중대선거구제는 승자독식 구도를 해소하고 사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거대 양당 후보가 영남·호남 등 특정 지역 의석을 독점하는 구조도 혁파할 수 있다.

그런데 적은 투표율로도 당선될 수 있어서 인물과 능력 여하와 관계없이 기성 정치인들의 선수(選數) 쌓기로 생명력을 늘려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주에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돼 득표율 1·2·3위까지 3명의 의원을 선출한다고 가정해 보자. 후보자 A, B, C, D가 각 50%, 35%, 5%, 1%를 득표했다하면 C는 고작 5%의 지지율에도 절반의 선택을 받은 A와 동일한 지위를 누리고 국회에 입성할 수 있다.

과거 제주지역에서 경선 불복 또는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례가 있었다. 이를 볼 때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새로운 인물로의 물갈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데 선거구제 개편까지 넘어야 할 산은 한둘이 아니다. 선거법 개정은 여야 정치권의 몫이다.

2024년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려면 총선 1년 전인 오는 4월 10일 법정기한까지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끝내야 한다. 현역 의원 중 상당수가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질 수 있고, 정치 생명도 끝날 수 있어서 앞으로 석 달 내에 합의가 될지는 미지수다.

역대 총선 국면에서도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가동됐지만 여야의 기득권 다툼에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다.

제주지역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도시와 농·어촌 간 격차 해소와 지역 대표성을 고르게 보장받는 게 약화될 수 있다.

또한 3개 선거구에서 단일 선거구로 재편될 경우 후보의 능력과 자질보다 자칫 산북 대 산남, 동·서 대결 등 ‘텃밭 정치’가 형성될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잘 쓰면 거대 양당 정치의 양극화 해소에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만 보장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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