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문화예술 정책, 새로운 출발선 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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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미 문화부장

프랑스가 올해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 1000주년’ 행사를 연다.

708년 노르망디의 주교였던 생 오베르가 꿈속에 나타난 미카엘 대천사의 지시를 받고 몽생미셸 섬에 조그만 교회당을 세운 것이 시초였지만, 수도원의 본당 건립이 1023년 시작됐기 때문이다.

몽생미셸 섬은 프랑스 북부 브르타뉴와 노르망디의 경계에 자리한 조그만 섬으로 수도원이 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5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중세에는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등 역사의 부침과 함께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조수의 흐름에 따라 섬이 되기도 하고, 육지가 되기도 하는 곳으로 1879년 섬을 연결하는 제방 도로가 건설되면서 사실상 육지가 됐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2015년부터 몽생미셸의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무려 2억3000만유로, 한화 3200억원을 투입해 제방도로를 철거하고, 생태환경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다리를 놓기 시작했으며, 보존을 위한 정책은 현재 진행형이다.

제주도가 올해 문화분야 예산 1783억원을 투입해 ‘일상 문화 기반 확대·아세안 플러스알파(+α) 국가 중심의 외연 확장’을 중점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원도심 공공 공연예술연습장으로 사용될 계획으로 이미 110억원이 투입된 아트플랫폼 조성 사업에 80억원, 우도 담수화 공간재생 사업에 31억원, 이 밖에 각종 생활체육복합시설 건립 등 굵직굵직한 사업은 대부분 공간 인프라 확충, 그야말로 건축 사업에 집중됐다.

2019년 완공된 한경면 저지리의 문화예술 공공수장고도 포화로 인해 70억원을 투입해 증축한다. 개관이 미뤄진 제주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전시관도 보강 사업에 향후 123억원이 투입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밝힌 문화예술 분야 추진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시민회관 신축 135억원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신축 290억원 등 허물고 짓는 것의 반복이다.

인류가 지금껏 만들어온 문화예술이라는 것이 공간, 즉 건축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지 않고서야 지자체의 문화예술 정책이 이렇게 편협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그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공간은 있지만, 내실은 들여다볼 수 없다.

건축물마저도 1000년이 가는 제주의 대표 문화 인프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몽생미셸 섬의 가치를 예찬하려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정부가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투입하는 예산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잠시 침체기를 겪긴 했지만, 지난해부터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곳임에도 이들의 관광 편의를 높이기보다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자연스러운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눈길을 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과 예술 분야의 자생력 확대를 위한 생태계 조성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문화예술의 정책 기조로 더욱 분명해졌다. 그러나 제주도 문화예술 정책과 예산의 투입 방향을 보면 다시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본질을 찾기 위해 예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정책 기조를 새롭게 잡아야 한다.

제주의 문화예술정책은 지금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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