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바다, 하나의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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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논설위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해류인 쿠로시오 해류는 필리핀 북부 해역에서 발행하여 타이완과 류큐제도를 지나 큐슈 동해안의 가장 자리를 따라 흐르며, 다시 지류인 황해 난류와 쓰시마 난류로 갈린다. 황해 난류는 쿠로시오 해류의 한 갈래가 제주도 서쪽의 외해(外海)를 지나 서해 중앙부로 유입되어 형성되는 난류이다. 쓰시마 난류는 동중국해에서 쿠로시오 해수의 일부와 동중국해 해수가 혼합하여 제주도 남쪽과 큐슈 서쪽 사이로 북상하는 해류이다.

알려지기로는 유럽의 지리학자들은 이미 1650년에 쿠로시오 해류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650년 독일 출신 네덜란드 지리학자 바레니우스 베르나르두스가 그의 저서에 쿠로시오를 일본 해류라는 이름으로 소개하였다.

이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수많은 자원들이 국경의 경계 없이 넘나들었다. 멸치, 돔, 고등어, 삼치, 고래, 바다 거북 등 수많은 해양자원과 문주란, 백년초, 고구마 등 식물자원들이 이동하였으며, 고래로부터 이 해류와 봄·여름에 부는 남풍 계열의 계절풍을 활용하여 동남아시아, 오키나와, 중국의 절강성 이남 등에서 제주도나 한반도 남부까지 넘나든 수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있었다. 심지어 동력 없이도 자연의 힘으로 표류와 표착이 심심찮게 일어나던 공간이기도 하다.

이로 인하여 하나의 바다에서 창출된 하나의 문명이 있었다. 같은 자연 조건에 대응하는 방식이나 의식주, 생업, 의례 등에서 유사한 방식의 생활기술들과 관념들이 탄생하였다. 동일한 해양 자원을 획득하는 유사한 어업방식을 비롯하여 그를 바탕으로 한 간장?된장 음식문화, 생태적인 식량시스템 구축을 위한 돼지 활용과 문화, 태풍의 경로에 있다 보니, 방재를 염두에 둔 주거 구조와 남방 문화의 조왕의례, 아마, 후이난녀, 해녀 등 전문여성어업인의 존재와 마조, 영등 신 등의 해양여신문화 등 이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문명의 존재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명 형성과 교류 중심에는 제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윤명철 교수에 따르면 제주도는 해중지(海中地)의 성격을 지녔다. 한라산은 바다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인거리가 약 100마일이나 되었기 때문에 주변 해역뿐만 아니라 먼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들이 항로를 결정하는 데 이상적인 이정표 역할을 하였다. 또한 북으로 한반도 남부, 남으로 오키나와와 여러 섬들, 서로는 중국 산둥성, 장수성, 저장성 등과 마주하고, 동쪽으로는 쓰시마, 고토열도, 일본열도와 마주하고 있다. 이는 제주가 원양 항해의 물과 식량 보급을 위한 중간 정거장 기능을 하였음을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를 거점으로 하는 항로는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으며, 효율적인 해양 센터의 기능을 하였을 것이다.

다만 해양문화에서 나타나는 특성의 하나인 기록 보존의 미흡 문제를 비롯하여 민족과 국가, 제국이 중시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중앙세력에 편입된 이후에 나타난 주변성 등으로 인하여 그 활동과 실상을 입증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활 민속과 풍습들은 오히려 하나의 바다에서 일어났던 하나의 문명의 존재를 말해주고 있다. 이는 제주가 역사발전의 주변부에 위치했던 것이 아니라 제주는 동아시아 해양문명의 중요한 거점에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본다. 따라서 해양적 관점에서 제주의 지난 시간들에 대한 개연성과 함께 실상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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