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狡兎三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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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에 맹상군(孟嘗君)이란 왕족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전문(田文)으로 전국시대 사공자(四公子) 중 한명이었다. 그는 인재를 좋아해 관리하는 식객만 3000여 명에 달했다. 맹상군은 귀천을 따지지 않고 식객들을 대우해 휘하에 재주가 뛰어난 이들이 적잖았다.

그 가운데 풍훤(馮?)은 남다른 지략으로 맹상군에게서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맹상군의 영지인 설읍 주민들의 빚을 모두 탕감해주는 기지로 ‘의(義)’를 얻게 해준 게다. 그 덕에 맹상군은 재상에서 물러나 영지로 쫓겨갈 때 설읍 주민들의 환대를 받아 재기의 발판을 놓았다.

풍훤은 그 과정서 맹상군에게 말했다. “꾀 있는 토끼들은 굴을 세 개씩 파놓는다고 합니다. 그래야 생명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설읍은 굴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것으로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제가 굴 두 개를 더 파드리겠습니다.”

맹상군은 이후 풍훤의 계책을 통해 ‘위와 제나라’ 사이에 줄타기를 하면서 제의 재상에 복귀했다. 여기서 맹상군은 풍훤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영지인 설읍에 제나라 선대의 종묘를 세우도록 해 세 개의 굴을 완성했다. 그리하여 맹상군은 수십 년 동안 별다른 화를 입지 않고 재상을 지냈다.

이 일화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교토삼굴(狡兎三窟)’이다.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숨을 굴을 파 놓는다’는 뜻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이중삼중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항상 풀랜 ABC 등을 준비해 두라는 교훈이다.

▲주말을 낀 나흘간의 설 연휴가 끝났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거리두기 없는 설 명절이었다. 그래선지 대규모 귀성 인파가 오랜 만에 고향을 찾아 가족ㆍ지인들과 정을 나눴다. 허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아마도 고단하고 팍팍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어서일 게다. 글로벌 경제 불황과 저성장 장기화, 고용절벽에 시한폭탄 같은 가계부채, 고공비행하는 물가, 사회 양극화 심화와 빈부격차 확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진영ㆍ팬덤 정치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도 ‘시련과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음력으로 설은 새해의 첫 시작이다. 설이 지나야 비로소 ‘토끼해’란 시공간에 들어선다는 얘기다. 교토삼굴의 지혜가 필요한 계묘년(癸卯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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