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대 부지 활용 더 이상 실패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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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 정치부장

“말과 소를 키우는 것보다 인재를 키우는 것이 낫다.”

1995년 옛 탐라대학교를 설립할 당시 서귀포시 하원동 주민들이 서귀포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마을의 생명 줄인 공동목장을 헐값에 내놓으며 한 말이다.

하원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원 소유의 공동목장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자신의 땅을 내놓고, 재화를 쾌척하며 마을 명의의 공동목장을 만들어 귀중한 자원으로 이어져 왔다.

주민들은 열악했던 산남지역 교육 발전을 위해 목장용지 중 마라도 면적과 비슷한 약 32만㎡에 달하는 토지를 학교법인 동원교육학원에 당시 시세에 절반 수준으로 넘겨줬다.

1997년 학교가 개교했고, 산남지역 교육의 산실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고, 2010년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서 탐라대는 이듬해 문을 닫았다.

학교법인은 재정난을 이유로 학교부지와 건물을 내놨고, 결국 제주도가 지난 2016년 6월 동원교육학원으로부터 부지와 건물 등을 415억여 원에 매입했다.

학교법인은 부지 매각 과정에서 ‘교육용 자산의 수익용 자산으로의 매각 승인’을 제주도에 요청했고, 지역주민 등으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결국 교육용으로 매각됐지만 학교법인은 수십 배의 차액을 남긴 셈이다. “속았다”는 주민들의 억울한 심정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제주도는 부지 매입 후 외국대학 등 교육기관 유치 등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후에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학교 부지와 건물은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인재를 키우겠다던 주민들의 바람은 실망과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도지사와 국회의원, 도의원, 체육회장 등 각종 선거에서 탐라대 부지 활용은 공약 단골 메뉴였다. ‘ICT 융합대학 유치’, ‘도민평생교육대학 설립’, ‘문화예술 전진기지 육성’, ‘스포츠 레저타운 조성’ 등 다양한 공약이 제시됐지만 그때 뿐이었다.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해 9월 하원동 마을회 임원진과의 간담회에서 ▲제주 이익 부합 ▲미래 성장기여 ▲주민 수용성 제고라는 3대 기본 원칙을 밝혔고, 이어 11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교육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후 오 지사는 올해 1월 16일 탐라대 본관 입구에서 하원동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탐라대 부지 활용 기본구상’을 발표했다.

옛 탐라대 부지를 제주 경제 체질을 혁신하고,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기회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공식 천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책 연구기관과 민간 R&D 기업을 유치해 지역 출연 조직을 R&D 임무지향적 거점 기관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IS 사업)’과 연계해 인재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글로벌 탄소 규범이 적용되는 그린수소, 항공우주, 바이오산업 등 미래 성장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부지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마련되면 현재 ‘학교’로 돼 있는 도시계획시설을 변경 또는 폐지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탐라대 부지는 하원동 주민을 포함한 서귀포시민들의 염원이었던 ‘산남지역 인재 양성의 산실’에서 이제는 ‘제주 미래의 성장을 견인하는 기회의 공간’으로 탈바꿈을 앞두게 됐다. 지역주민들도 오 지사의 구상에 동의한 셈이다.

지금까지의 실패와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고 탐라대 부지를 제대로 활용하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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