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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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우, 제주대학교 교수 실버케어복지학과/ 논설위원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이다. 얼핏 검은색이 좋지 않은 이미지일까 생각할 수 있지만 십간(十干)에서 말하는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상징한다. 한편 토끼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동물이다. 혹자는 달나라 계수나무 아래 떡방아 찧는 옥토끼를 떠올리거나 또는 용궁에서 기지를 발휘해 탈출한 지혜로운 토끼 이야기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이솝 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는 토끼가 경주 도중 낮잠을 자고 자만하는 사이 거북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경주에서 승리하는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어릴 적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통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교훈을 배웠다. 특히 1950년대 이후 경제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하면서 우리사회는 어떤 가치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열심히만 하면 ‘개천에서 용난다‘는 사자성어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에 대한 고민과 목표가 모두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할 수는 없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야기에서는 토끼와 거북이의 출발선이 같다. 얼핏 시작과 출발선이 같기 때문에 동등한 시합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토끼와 거북이는 과연 공정하고 평등한 경주를 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보면 첫째, 토끼와 거북이는 근본적으로 신체적 능력이 다르다. 둘째, 경주를 하는 곳이 서로에게 동등하지 않다. 만일 육지가 아닌 바다 또는 수영장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셋째, 토끼와 거북이의 가정 또는 사회적 배경이 서로 상이하고 경주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평등은 수량적 평등과 비례적 평등, 기회의 평등과 조건의 평등 그리고 절대적 평등과 상대적 평등으로 구분된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에 가치를 두는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은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자유롭게 계발할 수 있는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되고 동일한 업적에 대해서는 동일한 보상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결과의 평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면 신체적 능력과 환경 그리고 경주 장소와 사회적 배경에 대한 견해는 비례적 평등 즉, 개인의 욕구, 능력, 기여에 따라 사회적 자원을 상이하게 배분해야되는 평등으로서 조건의 평등을 강조한다. 개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나 자원이 부족한 개인에게는 다른 사람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부족함을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가치와 평등이 중요한지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는 민주주의 국가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개인과 자유를 중요시하는 능력주의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성과 여러 상황이 공존할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욱 복잡한 계층 간의 사회문제들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의 교훈처럼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통해 우리사회가 발전했다면, 저출산과 고령화되어가는 미래사회의 삶과 사회를 한층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고와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해 나아가야할지 숙고해야 될 시기이다. 2023년 새해를 맞이하여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변화해 나아가는 한해가 되길 바라본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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