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 파리에 가다(Jeju Food in Paris)를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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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인기몰이로 시즌3까지 출시한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는 불어 한마디 못 하던 미국인 주인공이 회사 발령으로 돌연 프랑스 파리로 가며 겪는 이야기다. 사실 시놉시스는 평범하지만, 한 번쯤 떠올려 본 적 있을법한 낭만적이고 근사한 파리 곳곳의 정취와 아기자기한 파리 남부 도시의 매력이 화면 가득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화려하고 감각적인 프랑스 패션은 보는 내내 시각을 즐겁게 한다. 이뿐인가. 에피소드 중간중간 등장하는 근사한 프랑스 음식과 문화의 향연이 선남선녀들의 우정 및 로맨스와 잘 어우러지는데, 이것이 해당 시리즈의 인기 비결이 아닌가 싶다.

에밀리 역을 맡은 배우 릴리 콜린스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필 콜린스의 딸인데, 그녀의 한국사랑은 남다르다. 특히, 한식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데, 전남 장성 백양사에 오래 머물며 정관스님에게 전통 사찰요리를 배운 일화는 꽤 유명하다.

‘미식’하면 필자는 콧대 높은 프랑스의 요리가 떠오른다. 프랑스 음식은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가의 딸이 프랑스 왕가에 시집오며 요리법을 전수해 발달하기 시작했다. 여러 지역 식문화를 수용해 풍부한 식재료와 다양한 조리법을 사용하며 미각뿐 아니라 시각효과를 중요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프랑스 음식에 익숙한 프랑스인에게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식이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고 있다. 파리 일간지 르파리지앵(Le Parisien)에서 한국 발효음식은 면역력을 강화한다며 김치 레시피를 소개하고,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유명 프랑스 요리 연구가들이 연일 고추장, 매실청, 김치 콘텐츠를 다룬다. 파리 청년들도 한식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데, 종류는 비빔밥, 불고기 같은 소위 K푸드 1.0 세대 음식이 아닌 앞서 말한 발효식품과 김, 김밥, 라면 등의 가공식품과 간편식이다.

필자는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농수산물유통공사(aT)에서 수주한 한식세계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수립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당시는 한식이 비빔밥과 불고기로 대표되던 때였다. 태국 음식의 국가 주도 세계화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일본·베트남 음식 세계화에 대해 조사하며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진정한 한식 세계화가 이루어지려면 한국산 농식품과 양념류 수출이 함께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aT 파리지사에 따르면, 2021년 프랑스에 수출된 한국산 농식품은 4479만달러(약 601억원)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특히 김 수출은 2021년 913만달러로 전년 대비 47.2% 증가했으며, 김치 수출액은 141만달러로 전년 대비 42.4% 증가했다. 파리의 고급식료품점 ‘에피쓰리핀’에도 고추장·된장이 입점하고, 작년 7월에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식품관에도 김, 김치, 고추장이 입점했다. 또한, 양송이버섯만 먹고 포도는 와인으로만 소비하던 프랑스인이 한국 새송이버섯의 고소함과 샤인 머스캣의 달콤함에 눈을 떴는데, 이런 흐름에 편승해 국내 다른 과일의 프랑스 수출이 타진되고 있다.

올해 제주도는 ‘제주의 맛과 멋,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향토음식 육성’이라는 비전 아래 향토음식육성 5개년 계획을 세워 50억을 투자할 계획이다. 물론 제주향토음식도 좋지만, 이참에 범주를 넓혀 제주 발효식품과 로컬 과일 및 식자재 등 제주 슬로푸드(slow food)를 세계무대로 내보내는 계획도 포함하길 바란다. ‘제주음식 파리에 가다’로 흥행할지 누가 알겠는가.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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