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성과보다 내실 있는 계획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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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논설실장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저서 ‘경제학 강의’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1930년대 소비에트연방 국가계획위원회의 통계실장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장 이야기다.

▲면접관들은 네 명의 후보에게 돌아가며 질문을 한다. “동지, 2 더하기 2는 무엇이오?”

첫 번째 후보는 “5입니다”라고 대답했다가 면접관으로부터 “동지, 혁명적 열성은 높이 사오만, 이 자리는 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두 번째 후보는 “3”이라고 답했다가 “혁명의 성과를 깎아내리다니, 반혁명적 선전 공세는 좌시할 수 없다”는 욕설과 함께 밖으로 끌려 나갔다. “4”라고 답한 세 번째 후보는 형식 논리에 집착하는 부르주아적 과학의 한계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자리를 떠야 했다.

결국 통계실장 자리는 네 번째 후보에게 돌아갔다. 그의 답은 “몇이길 원하십니까?”였다.

▲통계는 국가나 지방정부의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 조작을 했다가 된서리를 맞기도 한다.

그리스 정부는 2000년 6월 유로존 가입을 위해 재정적자 규모를 실제의 절반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6%로 축소 발표했다가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다.

중국은 코로나 사망자 수 등의 통계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감사원이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전방위 감사를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및 ‘부동산 정책’과 관련, 집값·소득분배·고용 등 핵심 경제지표 통계가 고의로 왜곡됐는지 여부가 조사 대상이다.

▲통계가 결과의 산물이라면 목표는 계획의 지향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고용정책 기본계획과 민선 8기 일자리대책 종합계획이 이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핵심 내용은 고용 패러다임을 ‘공공’에서 ‘민간’으로 대전환시켜 2026년까지 4년간 일자리 2만1875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스마트관광·그린에너지 등 주력산업과 그린수소·제주형 UAM(도심항공교통)·우주산업 등의 미래산업, 제주형청년일자리 보장제, 기업 투자유치 등 일자리 창출 방안이 총망라됐다.

제주도의 일자리 창출 계획이 향후 어떤 실적을 올릴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계획 수립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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