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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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국장

세계 각국의 기부문화를 보여주는 세계기부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최하위권에 있다.

영국의 자선지원재단 ‘CAF’는 2010년부터 매년 120여 개국, 200만여 명을 대상으로 세계기부지수를 발표한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세계기부지수에서 88위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기부 순위는 2011년 57위에서 2022년 88위로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정점이던 2021년에는 110위로 꼴찌에 가까웠다.

경제 후진국인 미얀마는 항상 1, 2위권이다. 인도네시아, 케냐, 시에라리온, 잠비아, 우간다, 나이지리아 등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자리에 위치해 있다.

또한 기부 참여율과 기부 의향도 지난 10년간 하락세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3세 이상 국민의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4%에서 2021년 21.6%로, 기부 의향은 같은 기간 45.8%에서 37.2%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울한 소식과 달리 연말연시를 맞아 전국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뜨겁게 달아올랐다는 따뜻한 이야기가 들렸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 1월 31일까지 총 62일간 진행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2023나눔캠페인이 막을 내렸다.

이 기간 동안 제주지역의 모금 금액은 총 47억6410만원으로 목표액 40억4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모금액을 온도로 나타내는 사랑의 온도탑도 117.9도를 기록했다.

제주지역에서는 초등학교 고사리 손에서부터 직장인들, 기업 대표 등 희망나눔 운동에 적극 동참에 일찌감치 사랑의 온도탑 기온이 100도를 넘어섰다.

본지도 도민사회에 나눔 운동 확산 및 기부문화 독려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8차례에 걸쳐 기부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두 형제가 꾸준한 나눔 활동을 해온 어머니의 뜻을 이어 기부에 나섰으며, 1년 동안 용돈을 모아 기부한 초등학생. 아버지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나눔에 동참한 40대 직장인.

1000원 미만의 월급 우수리를 모아 선뜻 모금함에 넣은 제주특별자치도청의 공무원들,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도움의 손길을 내민 60대와 30대 모자(母子), 그리고 중소기업 대표와 사회복지법인 대표 등.

제주뿐 아니라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각지에 세워진 모든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가 100도를 넘어섰다.

비록 우리나라가 최근 기부지수에서는 전 세계에서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우리 민족은 과거에서부터 ‘상부상조’의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리고 제주사회에는 ‘수눌음’ 정신이 있다.

우리 국민은 일제 강점기 물산장려운동, IMF 위기 당시에는 온 국민이 옷장 속 깊은 곳에 보관했던 귀금속을 과감히 내놓으며 국가적 위기를 넘긴 훌륭한 민족이다.

우리나라가 기부 순위에서 추락할 때 중국은 2011년 140위에서 2022년 49위로 상승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公同富裕)’ 정책으로 기부 운동을 펼친 결과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고향기부제가 되고 있다. 기부금의 일정 부분을 세액공제로 지원하는 등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부지수가 밑바닥인 이유를 팬데믹에 의한 경기불안으로 기부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하지만, 전국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100도를 넘긴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위의 어려운 사람에게 주저 없이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우리다.

이런 마음 따뜻한 이웃이 있어 아직 우리 사회는 살 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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