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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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순, 문학박사/ 논설위원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대한민국.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2018년)이라고 한다. 전 세계 평균 소비량이 132잔이라고 하니 거의 3배에 달한다. 이쯤 되니 자타 명실공히 ‘커피공화국’ 대한민국이라 할 만하다.

나 또한 커피를 즐기는 커피공화국 국민 중 한 사람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침에 눈 뜨고 맨 먼저 하는 일은 커피 한 잔을 얻는 일. 커피 분쇄기로 커피콩을 갈면서 한편에선 포트에 물을 끓인다. 적당한 온도를 맞추기 위해 잠시 기다림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렇게 준비하고 핸드 드립으로 진한 커피 한잔을 추출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내린 한 잔의 커피는 다시 오늘을 시작하는 힘을 준다. 어제 어떤 일이 있었든 간에.

지금은 전동기계를 사용해서 원두를 분쇄하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핸드밀로 커피를 갈았으니, 팔에 탄탄한 알통이 박힐 정도다. 내 유일무이한 기호식품인 커피. 인생의 쓴맛과 함께 쌉싸름한 커피 맛을 알게 된 그 날 이후 오늘까지, 성스러운 의식처럼 아침 루틴으로 이어져 왔다. 그게 강한 중독성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커피는 내 게으른 아침을 깨워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

내가 좋아하고 더없이 고마운 커피. 하지만 이면에는 문제점도 보인다. 가장 먼저는 커피를 볶고 내리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 이는 기후문제와 직결된다. 이런 연유로 환경보호 차원에서 커피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목소리도 있다.

여기에 커피 찌꺼기, 1회 용기 등, 쓰레기 문제도 있다. 지금은 의식 있는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1회용품을 줄이자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있다. 플라스틱 1회용품 대신 텀블러나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그에 맞는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1회용품 줄이기를 독려,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뽑아내면 99.8%의 커피 찌꺼기가 그대로 남게 된다. 이를 재활용, 또는 지역에 따라서는 이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서 축산 농가의 퇴비, 벽돌, 점토 등으로 재생산되어 활용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커피를 즐기면서도 마음 한편에 묵직하게 자리하던 죄책감이 조금은 옅어지는 기분이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수치로 나타난다. 커피 소비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2022년 1~11월 커피 수입액은 11억9035만 달러(약 1조4,742억 원)이다. 이는 2021년 대비 45.1%가 늘어난 수치이며, 지난해 말 기준 커피(음료점업 포함) 점포 수는 역대 최대인 9만9000개로 집계됐다. K푸드를 대표하는 치킨집(8만1000개)보다 1만 8000 점포나 많은 수치다.

외곽 지역 주택가에 있는 우리 집 주변 반경 400m 안에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 하는 커피점이 2곳, 세계 유명브랜드 커피전문점이 1곳,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 3곳이 있다. 반경을 6700m로 넓히면 족히 10곳은 넘어 보인다.

다양하고 많은 커피전문점이 있다는 건, 커피를 좋아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양질의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취향껏 골라 선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반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처럼 자고 일어나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커피점. 모든 게 빠른 변화를 보이는 작금이다 보니,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밀려 혹은 여타의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그 모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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