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창출도 어렵지만 지키는 건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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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논설실장

‘정관의 치(貞觀之治)’로 부국강병을 이뤄내 중국 역사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당태종 이세민.

그는 636년(정관 10년) 어느 날,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왕(帝王)의 대업에 있어 창업이 어려운가? 수성이 어려운가?”를 묻는다.

방현령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창업이 어렵다”고 답하자 위징이 다른 이유를 들어 “수성이 더 어렵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당태종은 이들의 말을 다 들은 후 “현령은 지난날 나를 따라 천하를 평정하고 수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으며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하였기 때문에 창업의 어려움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징은 나와 더불어 천하를 안정시키면서 나에게 교만과 방자한 조짐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고, 이것이 위태롭고 멸망의 길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수성이 어렵다고 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 당 태종은 “지금 창업의 어려움은 이미 지난 일이 됐기에 수성의 어려움을 마땅히 공들과 신중히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정관의 치 시대에 명재상이었던 방현령과 위징은 처음에는 모시는 주군이 달랐다.

방현령은 이세민이 황제에 오르기 전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한 핵심 충복이었다.

그는 당고조(이연)의 맏아들인 황태자 이건성을 제거하고 둘째아들인 이세민이 황제에 오르게 된 결정적 사건 ‘현무문의 변’의 주역으로 훗날 명재상으로 이름을 남겼다.

위징은 수나라 말기 당고조에게 귀순한 후 황태자 이건성의 측근이 됐으나 ‘현무문의 변’ 이후 그의 인품에 끌린 당태종의 부름을 받아 재상으로 중용됐다. 그는 당태종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이 윤핵관 등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집단 견제와 공격으로 당대표 출마를 포기하자 이제는 그 화살이 안철수 의원에게 빗발치듯 쏟아지고 있다.

우리 정치판에서 내편 네편 가르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국민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놓고 이러니 보는 이가 창피할 정도다. 이러고도 내년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태종의 말을 빌려 한마디 전해주고 싶다.

“정권 창출도 어렵지만 그 정권을 지키는(재창출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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