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농민과 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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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찬 수필가

같은 지역이라 주로 재배하는 농작물이 엇비슷하다. 시일을 다투는 파종이나 식재·수확 시기에는 지역에서 일손을 구한다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도 드물게 젊은 사람끼리 수눌음으로 고비를 넘기는 농가도 있지만, 고령인 농민은 어림도 없다.

농사를 짓는 게 힘들기는 해도 파종 또는 식재를 하면서 더 많은 면적에 욕심을 냈고, 수확 시기에는 남보다 더 많은 생산과 품질을 경쟁하면서 수익금을 얻어 가정과 자식들 편하게 하려는 욕심으로 지친 줄 모르던 시절도 있었다. 농지 1000평이 좁게만 보이던 때도 있었는데 고령이 되고 보니, 이젠 휑한 운동장이다.

행정이나 단체·대학생과 군경 모두 도움의 손길을 주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왕 도와줄 거면 일자와 인원수만이라도 사전에 정보를 주고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렵게 기회를 얻어 신세를 지면서도 자기의 부모 일처럼 열심히 돕는 봉사자를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근래 용역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는 반가운 일이다. 젊은 농민이 전업으로 하는 농장에는 별로 어렵지 않게 용역을 구할 수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여러 날 일거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고령 농민은 대부분 소농이다. 하루 일거리에 용역업체가 선호할 리 없다.

머릿수가 수입과 직결되는 용역업자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숙련되지 않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 임시노동자도 가리지 않고 그저 사람 꼴 보는 게 아쉬워 아무 소리 못 하는 실정이다. 고령 농민은 젊은 날 자신이 일하던 것을 생각하면서 속이 탄다. 돈을 내주고 내 맘대로 기를 못 펴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젊은 시절에는 유채, 보리, 고구마를 주로 생산했지만, 근래에는 마늘, 양파. 당근, 무, 감귤 등 경제작물로 작부체계가 바뀌고 기계로 영농하면서 농촌이 바뀌었다. 씨를 뿌리고 거두는 게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심고 뽑고 따고 세심한 선별과 저울질, 그러니 일손이 귀할 수밖에 없다.

파종 시기와 수확시기가 한데 겹치는 농가의 현실을 생각하면 일손에 대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근래 고령 농민들은 일손 구하기가 힘들고 일당을 감당하기 어려워 예전에 짓던 보리와 콩 재배로 회귀하는 추세이다. 비료, 농약, 인건비가 농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데 모두 인상되고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인 현실을 보면서 그래도 녹두 따면서도 아이들 책가방 멜 수 있었던 시절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농산물 유통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중간 상인이다. 농사는 농민이 짓고 돈은 밭떼기 상인 몫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방법이 없다. 농어업 인력난 해소 특별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로 고질적인 인력난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하는 기쁜 소식을 접한다. 기대하는 바가 크다.

전국 농산물 유통시장은 일선 농협이 큰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계통출하 하는 농민을 위하여 용역을 제공하고 비용을 대납하여 정산 후에 수금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고령 농민뿐 아니라 전 농민의 14%에 불과한 젊은 농민들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 우리 모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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