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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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2023년 새해를 맞아 새롭게 추진해 보고 싶은 사업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았다. 남은 것은 확인받는 과정. 늘 인정받고 싶은 선배에게 시간 내주십사 부탁하고선 설레는 가슴을 안고 찾아갔다. 들뜬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업내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장황하게 설명했다. 분명 “좋은 생각이다”, “기특하다”고 격려해 주실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직장 상사로 모시며 함께 근무했던 시절보다 더 냉랭한 반응임에 당황스러웠다.

선배가 나에게 던진 질문은 아주 본질적이었다. “왜 그 사업을 해야 하나?”, “기준의 근거가 뭔가?”, “기존 사업에 비해 새로운 게 뭐냐?” 등등. 이런저런 논리를 갖다 붙이며 답을 했지만 이어지는 질문에 결국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마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다면 속 시원하다는 듯 쾌재를 불렀으리라.

선배와의 만남 이후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선배가 던져 준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겨우 내놓은 답조차 나 스스로를 설득시키기에 역부족이었으니 분명 이 사업은 어디선가부터 잘못 설계되어 있다는 판단에서다. 나 스스로 쿨(?)하게 인정해서 그랬는지 선배를 만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일이 풀리기는커녕 미련없이 접을 수도 있게 된 마당이지만, 외려 일이 풀린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일을 하다 보면 문득 일의 방향이 제대로 잡혔는지, 내 판단이 옳은 것인지 불안할 때가 있다. 결재서류를 들고 온 직원들에게 피드백이라는 이름으로 이래라저래라 의견을 제시하며 결국 내 뜻대로 해주길 강요하면서도 속으로는 확신을 갖지 못해 안절부절못한다. 그럴 때마다 거리낌 없이 찾아가서 의논하고, 때로는 신세 한탄할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물론 찾아간 후배에게 해주는 말의 9할이 “겪어 보니 알겠냐?”는 핀잔이긴 하지만 말이다.

누구던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자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답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그게 얼마나 힘들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를 알아버리고 난 후론,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있다. 대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 선배를 롤모델로 삼는 것만으로 내 꿈의 절반을 이뤘다고 만족해 하고 있을 뿐이다.

며칠 전 올해 첫 전체 직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예년처럼 잔뜩 불편한 기색으로 침묵시위 하듯 직원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꼰대 같은 예상과는 달리 밝은 모습으로 말문을 트는 직원들이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만들어 줘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면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특별할 필요가 있나 싶다. 서로의 귀한 일상을 지켜주기 위한 배려, 그래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기분 좋게 같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노력들이 쌓여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고 우리 스스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얼마 전 지역 일간지에 눈에 띄는 기사 제목이 있었다. ‘일터가 두렵다, 직장 내 괴롭힘 진정 27% 증가’.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일터가 두렵고 괴로운 곳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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