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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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학,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논설위원

2007년 제주도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타이틀로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제주도민들의 한결같은 염원과 관계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였다. 2002년의 생물권보전지역, 2010년의 세계 지오파크(Geopark) 인증을 포함하여 유네스코 3관왕을 달성하면서 제주도는 명실상부 자연환경의 보고로 거듭나게 되었다.

제주도가 지닌 천혜의 자연환경이 새롭게 인식되면서 제주의 자연적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제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환영하고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주의 자연환경 속에 깃들어 있는 제주의 문화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감이 있다. 오랜 세월 제주의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만들어낸 문화유산이 자연유산의 그늘 아래 갇혀 있는 느낌이다.

제주에서는 전통적으로 ‘한라산이 제주도, 제주도가 한라산’이라는 인식을 지녀왔다. 한라산과 제주인은 태생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고 할 수 있는데, 오랜 역사적 과정 속에서 형성된 제주인과 한라산과의 유대는 아직도 견고하다. 한라산에 서려 있는 제주인의 삶의 문화와 정신세계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다양한 구전 서사와 기록, 문화경관 등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한라산이 지니는 국토 상징성과 더불어 설문대할망설화로 대표되는 한라산의 창조 신화와 다양한 구비 전승은 한라산의 인문적 가치의 기초를 이룬다. 고대로부터 영산으로 인식되어 한라산신에게 지내는 제사는 현재에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해마다 산천단에서 봉행되고 있다. 아울러 육지인들에게도 명산으로 인식되어 한라산을 오르는 유산(遊山) 활동이 이어지면서 많은 기록과 시각자료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한라산 곳곳에 남겨진 다양한 문화경관은 한라산의 문화적 가치를 한층 높여준다. 존자암으로 대표되는 불교 유적, 산신제와 관련된 유적, 유산 활동을 보여주는 각자문, 목축경관, 버섯 재배, 화전 농업, 4·3유적 등이 한라산의 소중한 문화경관들이다.

이처럼 풍부한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한라산을 자연유산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발굴하여 세계문화유산을 겸비한 복합유산(전체 1144개의 세계유산 가운데 39개)으로 등재한다면 인문과 자연이 어우러진 화산섬 제주의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이미 한라산 지구에만 인문적 문화경관이 탁월한 국가명승 5곳(백록담, 영실과 오백나한, 사라오름, 선작지왓, 방선문)을 보유하고 있어서 향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한라산 지역은 이미 세계유산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 추가 지정 시 유산지역의 범위 설정이 용이하고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은 주민의 거주공간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도 적다.

한라산 지역이 새롭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면 한라산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제고되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가 주민들의 삶에 미치게 된다. 한라산이 지니는 자연적, 문화적 가치를 통합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지역민들에게도 자신의 정체성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고 화산섬 제주가 자연경관만 탁월한 지역이 아니라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삶의 공간임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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