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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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편집국 부국장

‘바가지’라는 단어에는 여러 뜻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사게 돼 속게 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의미한다. 흔히 ‘바가지 쓰다/씌우다’ 식으로 표현된다.

‘바가지를 쓰다’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과거 조선말기 개화기에 중국에서 들어온 도박 중 십인계(十人契)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십인계는 1부터 10까지 쓰인 그릇이나 바가지를 놓고 이리저리 섞은 다음 바가지 한 개에 돈을 걸고 숫자를 맞추는 도박이었다고 한다. 숫자를 맞추지 못하면 돈을 잃게 되는데 여기서 돈을 잃은 사람에게 ‘바가지를 섰다’고 한게 유래가 됐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바가지 쓰다’라는 말은 도박을 하다 당한 것이 아니고 알고도 어쩔 수 없이 비싸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악덕 상술’이란 단어가 늘 있었던 것을 보면 바가지가 아예 없는 곳은 없는 것 같다. 특히나 관광지에서는 더욱 자주 나오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인 제주에서 최근 ‘바가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해외여행의 문이 열리면서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작년보다 줄고 있는데, 그 이유가 제주의 바가지요금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앙언론에서 제주의 바가지요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영훈 제주지사는 관광업계의 자성노력을 먼저 강조하면서도 “최근 일부 중앙언론, 경제지 등에서 제주관광에 대한 공격성 기사가 난무하고 있다. 해외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철저하게 방어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제주지역 관광업계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중앙언론의 보도나 댓글 등이 일부 과장된 면도 있는 것 같다. 한 중앙언론은 최근 ‘제주도 골프장의 그린피만 1인당 30만원씩 한다’고 보도했다. 본지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제주지역 골프장들이 이용요금을 급격히 인상하는 등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제주관광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지만 도내 30개 골프장 중 그린피만 30만원이 넘는 곳은 거의 없다.

그린피와 카트비, 캐디피, 개별소비세를 포함한 총 이용금액이 1인당 30만원을 넘을 수는 있다. 정부가 대중제 골프장의 기준으로 주말 그린피 24만7000원을 책정했는데 현재 제주지역 대중제 골프장 중 주말 그린피가 이 수준을 넘는 곳이 없어 제주와는 상관 없는 정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제주 바가지요금과 관련한 보도의 댓글을 보면 ‘4인 가족의 회 한접시에 몇십만원’ 등의 경험 사례가 나온다.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이야’라고 할만큼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 정도 가격 수준의 질과 양, 서비스를 갖추지 않고 회 한접시에 수십만원을 받는다면 그런 음식점은 금방 퇴출될 것이다.

중앙언론과 관광객들의 지적이 어쩌면 과장됐다고 하더라도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 문제는 분명히 있다. 어쩌다 우연히 방문한 관광객들이 북적거리는 음식점에서 ‘이 정도 수준으로 이 가격을 받나’라는 생각을 해 본 제주도민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관광은 제주의 생명산업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바가지요금 문제가 있다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고, 일부 오해가 있다면 정확한 정보 제공과 홍보, 업계의 자성노력과 서비스 등을 통해 풀어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제기하는 제주관광의 문제점이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을 어렵게 극복하고 국내외로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제주관광이 바가지 논란으로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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