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난주, 천주교 순교자…유배지 제주 묘역은 천주교 성지로
정동규, 기독교 전도사…광선의숙 교사로 항일운동 이어가
정영화, 대학 교수…빌레못동굴 조사하며 유적 발견
정옥두, 교육자…흥사단 가입해 민족부흥운동에 힘써
▲정난주 丁蘭珠：1773(영조49)~1838(헌종4), 천주교 순교자. 유배인. 아명은 정명련(丁命連). 본관은 나주, 아버지는 정약현(丁若鉉), 어머니는 천주교도 이벽(李蘗)의 누이, 큰아버지는 정약종(丁若鍾)·둘째는 정약전(丁若銓), 다음은 그녀의 아버지, 막내아버지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다. 정난주는 둘째 아버지에게 서학을 배우고, 장성한 뒤에 고모부인 베두루 이승훈(李承薰)으로부터 마재강 기슭에서 물로 씻고 마리아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따라서 외숙 이벽의 교화로 천주교에 대한 신앙심이 더욱 다져졌다.
한편 17세에 문과에 장원급제한 천재적인 진사 황사영(黃嗣永)이 정약종을 만나 배우면서 천주학(天主學)에 눈을 뜨게 되었다. 정난주를 자연스럽게 만나 둘은 천주께 성혼성사(成婚聖事)를 거행, 부부로서 서울 삼청동의 시모(媤母)를 모셔 살게 되었다. 이들은 정약종에게 교리를 배우며 아현마루 공소에 열심히 다녔다.
1799년 정조가 승하하고 정순왕후 김대비(金大妃)의 섭정으로 천주교에 대한 가혹한 탄압정책으로 들어갔다. 조정에서는 1801년(순조1) 1월 7일 ‘사학(邪學)금지포고령’을 내리자 정난주는 시어머니 이윤혜와 함께 간난아이를 등에 업고 마재로 피신했다. 황사영은 정동(貞垌) 송재기의 집으로 피신, 여기서 김한빈을 만나 충북 제천(提川)의 배론 골짜기로 은신했다.
결국 발송 직전 발각되어 의금부에 구금되고, 모반죄(謀反罪) 등 중죄인으로 사형을 집행, 순교하였다. 이 일로 가산은 몰수당하고 정난주의 어머니 이윤혜는 거제도로, 정마리아는 제주도로 귀양가게 됐다. 이에 정난주는 두 살인 아들을 데리고 제주로 유배가던 중 호송선이 하추자도 예초(禮草)리 서남쪽 ‘물=세울’에 잠시 머물렀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황새-바위’ 갈대밭에 내려 두고 유배의 길로 떠났다. 모두 ‘한양 할머니’가 죽었다고 슬퍼하였다.
지금 대정읍 동일(東日)리 9번지의 정난주 묘역(墓域)은 제주교구 선교 100주년 기념 사업으로 천주교 성지로 개발, 순교자 정마리아의 고혼(孤魂)을 기리고 있다. 또 대정현성 안에 마리아가 살았던 집 대정읍 보성(保城)리 1261-1번지의 터전은 최근까지 김상집의 손자 김영학의 이름으로 등기되고 있었다.
▲정동규 鄭桐圭：1901(광무5)~1997, 기독교 전도사. 호는 오석(伍石). 제주시 일도리(제주-성안)에서 태어나 1908년부터 부모와 함께 기독교에 귀의했다. 1910년 어머님의 고향인 대정읍 하모리(하-모실개)로 옮겨 1915년 4월에 전북 군산의 영명(永明)학교에 입학, 1924년 평양의 숭실학교를 졸업하였다.
윤식명 목사에 의해 설립된 광선의숙(光鮮義塾)의 교사로 부임하였다. 1946년 여류(女流) 독립운동가이며 철저한 교인 김두석(金斗石)을 아내로 맞이하였다. 소암(素菴) 현중화(玄中和)(서예가)는 “서귀포의 큰 인물은 내가 아니라 평생 묵묵히 일한 정동규 선생이다“라고 말하며 ‘到處稱尊’란 휘호(揮毫)를 써서 정옹(鄭翁)을 찾아가 세배를 올렸다.
정동규나 강문호, 강규언 등은 당시 산남지방의 기독교 선교를 담당하고 있던 윤식명(尹植明) 목사의 지도와 영향에 힘입어 진학한 것이다. 1919년 3·1 운동이 전국을 휩쓸 때 군산에도 만세 운동이 일어나 강문호, 강규언이 이에 동참, 검거되고 후배 정동규는 이런 사실을 똑똑히 보고 선배의 뜻을 이어나가기로 다짐하였다.
이 광선의숙은 ‘조선을 광복한다’는 뜻으로 광선(光鮮)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교사들은 강규언, 정을수(鄭乙洙), 원용혁(元容赫) 등이 있어 항상 일제로부터 감시와 통제를 받았다. 정을수는 정동규의 누이동생인데 일본에서 중앙여자신학교를 졸업한 인텔리 여성으로서 강규언의 부인이 되었다.
그는 밤에 기독교 전도를 겸하여 야학을 통한 민족 계몽 운동을 담당하였다. 한림읍 협재로부터 서귀포 법환리까지가 그의 전도 구역이어서 이 지역의 주요 마을은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1920년 서귀포시 법환리에서는 법환의숙기성회를 조직, 회장에 강성익(康性益)(후일 제주도지사), 총무 현지준(玄至濬)(서귀면장)이 맡고 정동규는 교사로 활동하였다.
▲정영화 鄭永和：생몰년 미상, 영남(嶺南)대학교 교수, ‘빌레못-굴’의 조사팀에 참가했던 정영화(鄭永和) 교수·고고학자 김원룡(金元龍) 등은 이 유적(遺跡)이 적어도 7~8만 년 전인 중기(中期) 구석기(舊石器) 유적으로 추정 보고했다. 이때까지 제주도에서는 고인돌 선사총(先史塚), 석기(石器), 토기(土器) 등 수많은 선사유적과 유물이 발견되었지만 그것은 신석기(新石器) 이후 청동기(靑銅器) 시대에 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어음리 ‘빌레-못’ 동굴이야말로 제주도 최고(最古) 최초의(最初)의 선사인(先史人)이 살았던 주거지라고 할 것이다.
지번(地番)으로 따진다면 어음2리 1391번지가 되겠지만 문화사(文化史)의 위치에서 본다면 단연 제주도 1번지라고 할 것이다. ‘빌레-못’은 어음2리에서 동남쪽으로 약 1400m 들어간 곳에 있으며 둘레가 약 50㎝ 쯤 팬 조그만 못이다. 동굴은 입구로부터 서북쪽으로 마치 사슴뿔처럼 수많은 가지 굴을 이루며 길쭉이 뻗어가 있었다. 총연장은 11.749km나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한 가닥으로 뻗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새끼줄처럼 꼬였다가 풀리고 풀렸다가 다시 꼬이며 그것도 이중 삼중으로 대도(大道)를 이루고 있었다.
▲정옥두鄭玉斗：1933(일제강점기)~2010, 교육자, 본 동래, 구좌읍 상도리(도려)에서 태어나 제주농업중학교 3학년 재학 중에 6·25動亂을 만나자 용약 학도병에 지원, 해병대(海兵隊) 대원으로 인천(仁川)상륙작전에 참전, 여러 전투 중에서 전상을 입어 명예 제대를 하였다.
서울 마포(麻浦)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일반사회과를 졸업하였다. 이어 1991년 제주시교육장을 역임했다. 더구나 제주일고 주임교사 金粲洽·申弘湜 등 3인은 학생의 의식을 개조하기 위해 흥사단(興士團)에 정단원(正團員)으로 가입하여 민족부흥운동에 힘썼다. 제주농고 강사를 거쳐 제주제일고등학교 교사로 교육계 출발, 이어 한림중·고등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1968년 제주일고 교무주임 김찬흡(金粲洽)·학생주임 정옥두(鄭玉斗)·연구주임 신홍식(申弘湜) 등 3인은 자신의 인격혁명과 학생의 의식을 개조하기 위해 흥사단(興士團)에 정단원(正團員)으로 가입하여 민족부흥운동에 힘쓰기로 안병욱(安秉煜) 교수에게 선서했다. 이 이유는 1969년에 대학입학 예비고사를 실시하게 되어 먼저 재학생 모두의 의식이 변혁되지 않고는 학습효과를 거양할 수 없다고 보았다.
3인이 모두 토론을 통해 얻은 결과는 흥사단의 민족부흥운동을 통해 학생의 의식을 개조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결과가 적중(的中)하여 문교부에서 발표한 대입예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고양(高揚)했다. 교무를 맡던 나는 도교위 장학사로 발탁되는 영광을 얻었다. 점차 시민단체로 변질된 듯 해 실망도 컸으나 오늘날까지 흥사단 운동이 연면(連綿)되고 있다. 제주 단소(團所)를 마련하기 전에 나의 집을 단소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