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네트워크효과
소비의 네트워크효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정숙,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 논설위원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합리적 소비자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소비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백화점의 특설매장에 많은 사람이 모여 옷을 고르는 광경을 보다가 구매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구매하게 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특정 브랜드나 디자인의 옷이 마음에 들었지만, 주변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입고 있어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경우도 가끔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내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받게 되는 현상을 네트워크효과라고 부른다.

네트워크효과(network effect)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그것을 사용하는 소비자 수에 의존해 나타나는 총체적 효과로,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 효과를 의미한다. 일단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형성되면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상품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현상이다. 네트워크효과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품질이나 가격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네트워크효과는 제품이나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양(+)의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음(-)의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네트워크효과가 양(+)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많은 사람이 사는 상품을 따라서 구매하게 되는 것으로 밴드웨건(bandwagon)효과 또는 편승효과라고 한다. 누군가의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주위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로 인해 그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생산자는 양의 네트워크효과로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비용은 줄어들게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규모의 경제에 의해 생산비는 낮아지게 되고 구매자 수는 더 많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정 브랜드의 상품이 대중적으로 대유행을 하는 것은 밴드웨건효과의 위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도 밴드웨건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산업이다. 반대로 네트워크효과가 음(-)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누구든지 가질 수 있는 상품은 가치가 없는 것으로 느껴져 구매하지 않게 되는 현상으로 스놉(snob)효과 또는 속물효과라고 한다.

양의 네트워크효과에서 대다수 사람의 소비심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은 소속감 욕구가 작용하는 것이다. 원하는 상품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상품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무리해서라도 유행을 따라 구매하여 소외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반면에 음의 네트워크효과에서는 특정 상품을 많은 사람이 구매하게 되면 오히려 희소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더 고상하게 보이면서 더 잘난 척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것이다. 고가의 명품이라도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람이 구매하게 되면, 음의 네트워크효과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려는 심리 때문에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게 된다.

명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네트워크효과의 방향에 따라 밴드웨건효과일 수도 있고 스놉효과일 수도 있다. 대중적 소비를 더 중요시하면 밴드웨건효과로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고, 일반대중이 쉽게 살 수 없어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낀다면 스놉효과로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