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narciss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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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준,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지능형시스템공학과/ 논설위원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신화(神話)는 무엇일까? 너무 쉬운 질문이다. 정답은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구전(口傳)되어 전해지는 여타 다른 신화에 비해 일찍이 당대 뛰어난 시인들의 상상력과 예술적 표현력, 철학자들의 성찰과 고민 등을 거치며 그 문학적 가치가 높아졌고, 동시에 내용의 깊이 또한 깊어졌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서양 문화의 본질뿐 아니라 보편적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들어가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을 포함한 수많은 등장 인물 중, 강의 신 케피소스와 강의 님프 리리오페의 아들로 태어난 ‘나르키소스(Narcissus)’라는 인물이 있다. 이 나르키소스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얼굴을 가져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어, 그 모습만을 그리워 하다 익사 했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또는 며칠을 먹지도 자지도 않고 계속 자기 모습만 보다가 아사했다고도 전해진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나르키소스라는 인물의 이름에서 파생된 ‘나르시시즘(narcissism)’, 나르시시즘을 간단하게 번역 하자면 ‘자기애(自己愛)’라 할 수 있는데, 단순한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이상화된 자기 자신에 대한 조작된 사랑이라 한다. 최근 전세계를 놀라게 한 Open AI의 인공지능 챗봇인 ChatGPT에 따르면, “나르시시즘은 과장된 자기 중요성, 칭찬에 대한 과도한 욕구, 타인에 대한 공감 부족을 특징으로 하는 성격 장애로, 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믿으며 그렇게 인정받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필요를 고려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오만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대인 관계와 삶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중략)”고 한다. 이렇듯 나르시시즘이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거나 긍정적인 의미의 성향이 아니다. 특히, 나르시시즘 성향을 넘어 나르시시스트라는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상기 언급된 여러 비정상적 성격 특징들로 인해 타인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특성을 보이는 사람으로, 본인 주변 동료, 본인이 속한 조직, 나아가 전체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자기애라 해석되는 나르시시즘과 얼핏 비슷하게 느껴지는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있다. ‘자존감(自尊感, self-esteem)’이란 자아 존중감으로, 자신이 사랑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임과 동시에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개인의 정체성(Identity) 확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로 긍정적이고 좋은 특성이다.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요즈음, 자신감을 잃고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존감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가끔 우리 주변의 동료, 사람들이 자기애와 자존감을 착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추가로, 외형적으로 자신감 있고 멋있는 리더십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에 현혹되어 나르시시즘을 더 추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위험한 모습이다. 나르시시즘의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정신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르시시트들은 타인을 괴롭게 만들고 속해 있는 조직과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과 동료, 가족을 위해 스스로 병적인 자기애(나르시시즘)가 아닌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멋진 ‘나’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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