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겔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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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밥은 ‘쌀, 보리 따위의 곡식을 씻어서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을 일컫는다. 죽과 달리 곡식 알갱이의 형태가 유지된다. 밥의 첫 번째 사전적 정의다. 두 번째는 ‘끼니로 먹는 음식’이란 뜻이 있다.

그러나 밥은 우리에게 단순히 음식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밥 먹었어?”라고 묻는 안부 인사에 한국인만 공유할 수 있는 정서가 있는 게다. 그렇다. 밥엔 우리네 삶의 애환과 추억이 있다. 밥을 테마로 쓰여진 아래의 시 네 편을 보면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여보야…이리 와서 밥 같이 먹자…마주 보면서 밥 같이 나눠 먹으면…지난 오십 년 동안 침전된 미운 앙금은 봄눈 녹듯이 녹아 내릴 것 같애…”(이선관 시인의 밥, 그 밥 한그릇의 사랑이여 용서여), “허름한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 먹다보면/ 그래도 사는 게 뜨끈하다는 생각이 든다…”(박승우 시인의 국밥집에서)

“시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 “하얗게 윤기나는 잘 지어진 밥/ 꽃보다 더한 향기가 피어오른다…”(서인덕 시인의 내가 먹는 밥)

▲식위민천(食爲民天)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 또는 ‘백성의 하늘은 밥이다’란 뜻이다. 해서 예부터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게 위정자의 최고의 가치이고 선이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오늘날에 이르러 이를 가늠하는 척도가 엥겔지수라 할 수 있다. 가계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지표다. 엥겔계수라고도 한다. 가계 생활수준을 측정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점차 감소한다. 따라서 저소득 가계일수록 엥겔지수가 높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의 엥겔지수가 주요국에 비해 크게 올랐다고 한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1.4%에서 2021년 12.8%로 1.4%포인트 상승한 거다. 같은 기간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5개국 평균(0.9%포인트)보다 가파른 오름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그 이유로 국내 식품물가 급등을 꼽았다.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 셈이다. 이래저래 우리에게 먹고사는 밥의 문제가 여전히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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