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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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1990년대 소주의 도수는 25도로 ‘독한 소주’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주의 도수가 조금씩 낮아지더니 현재는 16도짜리 소주까지 출시됐다.

소주 회사들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도수를 낮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는 원재료인 주정(에틸알코올)에 물을 희석시키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업계에 따르면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을 덜 써도 돼 병당 주정 값을 0.6원 아낄 수 있다.

여기에 도수가 내려가면 소비자는 술을 더 마시게 돼 판매량은 늘어나게 된다. 도수를 낮춘 소주 가격을 보면 출고가를 조금 내린 업체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업계 1위 소주 회사 경우 출고가를 그대로 유지해, 원가는 줄이면서도 가격은 그대로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업계 1위 소주 회사가 2006년부터 점진적으로 도수를 낮춰 원가 절감 효과를 누려왔지만 이를 출고가에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가격 인상을 단행해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제 상황이 곤두박질 칠 때마다 서민들은 소주를 찾는다.

억울한 세상을 향해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카타르시스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주가 불황을 먹고 사는 제품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경제고통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올해는 소주 한잔을 마시고 시름을 털어버리기도 힘들 것 같다.

소주의 제조 가격은 550~600원 정도다. 여기에 주세·교육세·부가세를 붙이고 도매상 유통 마진을 합한 것이 음식점 공급가다. 지난해 출고가가 7% 정도 올랐으니 음식점 공급가는 1400~1600원이 된다. 그런데 음식점들은 대략 5000원을 받는다.

여기에 올해는 소주 값 6000원 시대가 예고됐다.

주세가 지난해에 비해 올랐고 원재료, 부자재 가격과 물류비도 인상됐다. 자연스럽게 주류 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다.

음식점에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임대료 인상 등을 감당할 수 없어 불가피하다지만 공급가의 4배에 달하는 가격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소주 1병을 추가할 때마다 망설여야 하는 세상이 왔다.

더 이상 소주가 서로 한잔 권하며 위안을 얻던 서민들의 벗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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