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속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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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 논설위원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터키)에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수천 명이 사망하여 지진 피해 지역에 튀르키예는 3개월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여러 나라에 도움도 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먼저 익숙한 명칭 터키가 튀르키예로 불리는 이유를 보니, 터키(Turkey)는 칠면조를 뜻하면서 겁쟁이, 패배자 등의 이미지인데, 튀르키예는 '터키인의 땅'을 의미한다. 그래서 국호를 튀르키예로 바꾸고자 유엔(UN)에 요청하고 2022년 6월 1일 승인을 받았기에 터키 명칭은 튀르키예 공화국이라고 한다.

또한 튀르키예는 세 개의 지각판이 교차하는 지점이라 강력한 지진의 위험이 늘 있으며, 북쪽 유라시아판, 남쪽 아프리카판, 동으로는 아라비아판, 아라비아판이 유라시아판을 밀면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18명 긴급구호대를 튀르키예로 급파했다니 할 일을 한다는 느낌이다. 영국은 77명의 구조대에 전문 장비와 탐지견을 구조작업에 투입하고, 미국도 재난 대응팀 160명과 개 12마리, 첨단 장비 등을 보냈다고 한다. 70개 나라가 인력과 장비, 구호품을 지원 중이며, 우리 주변에도 돈을 모아 터키로 보내는 움직임이 있다.

인류는 재앙 앞에서 한 마음이 되는 것 같다. 누구든 위험에 처하면 안전지대에 있는 사람이 뛰어들어 힘을 다해서 구조하는 것이 인간이다. 어린 아기가 물가를 기어 다니는 것을 보면 누구든 달려가 아기를 안아 오지, 아기가 물에 빠지나 안 빠지나 내기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이상한 사람도 없지는 않다. 오래 전 좀 고약한 기억이 남아있다. 김포공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갈 때였다. 갑자기 딱딱한 물건이 뒷목을 탁 치는 바람에 놀라서 균형을 잃고 하마터면 아래로 구를 뻔 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바로 뒤에 배낭을 진 남자가 서 있다가 휙 돌아보면서 뒤에 서있는 그의 친구에게 말을 할 때 길게 달려있는 배낭 호주머니에 튀어나오게 들어있는 것이 나를 친 것이었다. 놀란 마음이 진정되면서 화가 나서 그런 배낭을 지고 있으면 조심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한 마디 했다.

그런데 그는 에스컬레이터를 내릴 때 까지 못들은 척하더니, 지하도 입구로 앞서서 걸어가면서 뒤에 친구에게 아직도 그 여자가 째려보고 있느냐고 물었다. 순간 느껴지는 야만의 얼굴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고의는 아니더라도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줬으면 당연히 사과를 하고 다음부터 주의하리라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 정상이다. 오히려 사고를 낼 뻔한 부주의한 행동을 지적한 사람을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태도라니.

물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우연한 도움을 받던 일이 훨씬 많다. 오래 전 서울 시내버스에서 심한 멀미가 일어 다음 정거장에 무작정 내렸을 때는 따라서 내린 청년이 간 영양제와 강장제 음료를 사다주고 사라졌다. 또 말이 안 통하는 외국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가 길을 잃었을 때 어디에선가 나타난 젊은 여인이 유창한 영어로 길을 알려주었다. 필요할 때는 수호천사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같은 종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숲처럼 인류가 오래 번영을 누려왔던 것은 서로에게 수호천사 노릇을 하는 기본 바탕 때문일 것이다. 현재 문명이 재앙을 맞을 갖가지 이유가 도사리고 있어서 미래의 전망은 어둡지만, 우리 속의 천사를 불러내면서 우리는 좀 더 밝은 길을 찾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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