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민주당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승종 논설실장

꽃피는 춘삼월이 시작됐다.

나흘 후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나고 초목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다.

바야흐로 봄의 기운이 천지를 감싸 돌 것이다.

자연의 섭리가 이러할 진데 올 봄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을 외치는 탄식 소리가 유난히 클 듯싶다.

▲춘래불사춘은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에 나오는 시구다.

그는 한나라 원제 때 흉노와 화친을 위해 흉노왕과 정략결혼을 하게 된 중국의 4대 미인 ‘왕소군’의 비통한 사연을 시를 지어 위로했다.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자연히 옷 띠가 느슨해지니/이는 허리 몸매 위함이 아니라오.(胡地無花草/春來不似春/自然衣帶緩/非是爲腰身)’

춘래불사춘은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후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주도로 12·12쿠데타가 발생하고 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을 때 김종필 전 총리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빗대어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로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가까스로 부결됐으나 찬성표가 반대표 보다 1표 많았고, 민주당에서 최소 31표, 최대 37표가 이탈한 것이다. 단일대오를 외치며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으나 결과는 참담하게 나온 것이다.

친명계는 “기획된 이탈표”, “당을 망치려 작정한 것”, “당을 나가라”며 격앙된 반응이고, 강성 지지층은 반란표 색출과 좌표 찍기에 나섰다.

반면 비명계는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고, 사실 그 물밑에 잇는 얼음덩어리가 더 크지 않겠나”, “누적된 불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로 볼 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걱정, 그리고 일부 의원들의 공천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표결 결과로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이나 백현동 개발 의혹 등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번 표결 결과를 보면 다음에도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면 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야말로 민주당으로서는 춘래불사춘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성진 2023-03-03 16:39:29
민주당의 내분 어찌하자는 것인가?
야당이라 할지라도 제1당인 민주당이 똘똘 뭉쳐 밀고 나아가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결국 꼬리 내리고 말 터인데 민주당은 자멸을 자처한 듯 내분에 휩싸여 있으니 민주당만 바라보고 있는 국민의 심정을 이해하고는 있냐?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