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금 사회학
부조금 사회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①일반적으로 봉투에 담아 전달하고 내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다. ②빚인지 선물인지 종종 헷갈린다. ③더하고 뺌 없이 받은 액수 그대로 돌려준다. ④5만원, 7만원과 같이 홀수 단위로 내는 게 관례다. ⑤자칫 떡값과 촌지로 비춰질 소지도 있다.’

위의 내용은 무엇에 대한 얘기일까. 그것은 바로 부조금(扶助金)이다. 사전적 정의는 ‘부조를 위해 내는 돈’이다. 부조는 원래 잔칫집이나 상가에 돈이나 물건을 보태 도와주거나 일을 거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경조금(慶弔金)도 비슷한 용어로 쓰인다.

▲부조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결혼식, 돌잔치, 집들이, 개업 등 축하할 때 내는 축의금이다. 다른 하나는 남의 죽음을 슬퍼할 때 내는 조의금(弔意金)이다. 부의금(賻儀金)도 같은 의미이지만 장례식장에서 사용하기엔 그 뜻을 보면 조의금이 더 적합해 보인다.

여기서 부조금의 ‘부(扶)’와 ‘조(助)’를 부의금의 ‘부(賻)’, 조의금의 ‘조(弔)’와 혼동해 부조금을 장례식에서 내는 돈만 칭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조금은 엄연히 축의금과 조의금 둘을 통틀어 일컫는 중립적인 개념이다.

▲부조금은 우리 고유의 풍속인 상부상조에서 유래했다. 지연이나 혈연 등을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품앗이 기능을 하는 게다. 예전엔 혼례나 장례 등 큰일을 치를 때 곡식ㆍ술 등 물품이나 노동력으로 십시일반(十匙一飯) 힘을 보탰다.

한데 현대에 들어 현금이 보편화되면서 그 본질이 달라졌다. 이제는 형편에 따라 현물이나 자신의 몸으로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돈을 봉투에 넣어 건네거나 계좌이체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된 거다. 이른바 ‘현금 박치기’다. 돈의 액수로 관계의 고리가 얽혀드는 게 부조금을 둘러싼 사회학이다.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다. 덩달아 부조금을 내야할 일이 적잖다. 허나 하루가 멀다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청첩장과 부고 탓에 스트레스만 쌓인다. 직접 가봐야 할지, 얼마를 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고 있어 더 그러하다. 어떨 때는 카드명세서보다 무섭다. 과연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아마 대부분 받은 만큼 돌려주는 듯하다. 개인적으론 주고 나서도 아쉽지 않고 금방 잊는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