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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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행복이다. 행복에 관한 책들이 수없이 출간되어 읽히고, 방송에서도 행복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다투어 방영된다. 독자나 시청자들도 이에 호응하며 행복 찾기에 열심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엔 오직 행복뿐인 듯하다.

그러나 나라 잃은 설움과 6·25란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삶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구세대들은 아직도 허기와 결핍을 떠올리며 살아간다. 반면에 가난의 기억이 없는 신세대들은 세계 경제 10위라는 폭풍 성장 덕에 저절로 다가온 풍요를 한껏 누려야 한다고 여긴다. 동시대를 서로 다른 관점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한쪽은 가난에서 충분히 벗어나기 위해서, 다른 쪽은 행복 부금을 더 많이 쌓기 위해서 또 다른 질곡의 삶을 자신에게 강요하며 살아간다. 모두가 돈을 좇아 무한 질주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행복은 삶의 과정에서 느끼거나 맛볼 수 있는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행복 자체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거나, 허망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주위를 보면 행복한 듯 보이기 위해 빚을 내면서까지 고급 차를 사서 굴리며 호의호식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행복이라는 보이지 않은 프레임에 갇혀 한풀이하듯 소비와 소유욕에 사로잡혀 사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행복은 채우려 한다고, 채워지는 게 아니다. 채우려 할수록 행복감은 갈증처럼 허기로 다가올 뿐이다. 그런 이유에선지 최근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회원국 중 최하위수준이다.

행복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가난이 해결되고 나면, 행복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과 사랑하며 사는지’ 여부에 따라 행복이 결정된다고 한다. 우리가 행복을 위해 욕망 채우기에만 급급하다가는 결국 경박하고, 탐욕스러운 인간에 지나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도 행복을 향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리다 보면 다른 사람의 고통 따위는 외면하게 된다. 우리의 삶에는 어차피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게 마련이다. 행복만을 취하고 불행을 외면하는 것은 삶의 일부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행복은 물질적 부나 지위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미덕과 지혜에서 오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우리가 접하게 되는 위대한 예술작품들도 생의 어두운 면을 더 많이 조명한다. 우리의 선한 본성을 되찾게 하려는 것이다. 불행이 없으면 행복도 없다는 것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과 불행의 멍에를 함께 짊어져야 하는 존재다. 그 누구도 생을 행복으로만 채울 수는 없다. 행복만의 추구는 행복 불감증을 부른다. 이는 일시적인 쾌락 욕구로 이어지며 마약, 알코올, 성(sex)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이나 자극적인 행위에 빠져들게 한다. 행복에 겨운 나머지 망조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마약과 폭력, 성범죄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위험 수위란 지적이다. 일시적인 쾌락의 뒤끝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임을 보여주는 실상이다. 진정한 삶의 만족이나 행복은 가치 지향적인 삶이나 이타적인 삶의 실천에 따르는 삶의 보상과 같은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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