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鳶) 날리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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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前 애월문학회장·시인

예부터 우리나라는 설이나 정월대보름이 되면 연을 날리는 세시풍속이 있었다. 연은 종이에 가는 대쪽을 가로나 세로로 엇맞추어 붙이고 실을 매어 공중에 날리는 놀이이다.

연은 삼국시대부터 만들기 시작하여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민간에 널리 퍼졌다고 한다.

연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647년 진덕여왕 시절 비담과 염종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경주 월성에 큰 별이 떨어져 백성들이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유신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연에 달아 띄워 별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민심을 안정시켰다고 한다.

또 임진왜란 때 왜적이 평양을 점거했을 때에 계월향이 성 안에서 연을 띄워 김응서에게 적군이 있음을 알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연줄에 금속 열쇠를 매달고 폭풍이 일어났을 때 공중에서 전기를 흡수하게 함으로써 번개의 전기적 성질을 입증하기도 했다.

아무튼 연은 전쟁 신호용으로 오래 전부터 쓰이던 것이 세시놀이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절기상 우수가 지났지만 제법 날씨가 추워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았는데 나들이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다. 놀이터 앞을 지나가는데 아이들 서넛이 연을 날리며 놀고 있다. 하늘로 잘 오르던 연이 갑자기 밑으로 꼬꾸라진다. 약한 바람에 연을 날렸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어릴 적 연을 날리며 놀았던 기억이 났다. 그 때는 요새같이 컴퓨터나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컴퓨터게임이나 놀 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다. 아이들과 어울려 연날리기나 제기차기, 자치기 등을 하며 노는 것이 큰 즐거움이자 재미였다. 그 중에서도 연날리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어느 날 집 뒤뜰에 있는 대나무 밭에서 대나무를 베어와 가오리연을 만들었다. 대나무를 곧게 깎아 신문지 위에 하나는 둥글게 해 윗부분에 대고, 다른 하나는 가운데 길게 해서 붙이면 그만이다.

연을 만들기 위해 대나무를 깎다보면 손이 베이게 마련이지만 연을 만들겠다는 일념하나로 손 베이는 줄도 몰랐다.

제법 그럴싸하게 연을 만들었다. 그 연을 갖고 골목길에서 연을 띄웠다. 서툰 솜씨로 만든 연이라 잘 날지는 않았지만, 연을 날리며 노는 것이 즐거웠다.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창호지며 실 등을 사오라고 하곤 대나무를 깎아 연을 만들기 시작했다.

얼마 후 방패연을 만들어 주더니 한번 날려보란다. 기쁜 마음으로 그 연을 받아들고 동네 아이들에게 자랑하며 연을 날리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놀았다.

연날리기의 묘미는 역시 연싸움이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연은 실에 유리가루를 얹혀 묻힌 것이라 연싸움에서 지는 일이 없었다. 연싸움에서 진 연은 멀리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고 아이들은 발을 동동거렸다.

요새 아이들은 예전처럼 손을 베어가면서 만든 연이 아니라 공장에서 찍어서 나온 연을 날린다. 연 날리는 공간도 마땅치 않아 연을 날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연 날리는 모습도 축제장에 가서야 제대로 볼 수 있을 뿐이다.

곱게만 자라서인지 손을 베어가면서까지 굳이 연을 만들어 날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밖에 나가 아이들과 연을 날리며 놀던 것이 이제는 집안에서 컴퓨터와 게임을 하며 노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이들이 띄운 연이 서서히 올라간다. 내 추억 속에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연도 바람을 가르며 높이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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