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위험에 ‘들불’ 없는 제주들불축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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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산불 발생...제주시, ‘오름 불놓기’ 전면 취소
강병삼 제주시장 “정부 담화문·산불경보 경계 따른 조치”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열린 제주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 모습. 사진 제주시 제공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열린 제주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 모습. 사진 제주시 제공

제주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새별오름 불 놓기가 전면 취소됐다.

전국적으로 산불과 들불이 발생, 피해가 확산되면서 제주시는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10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오름 불 놓기 취소와 제주들불축제 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8일 행정안전부와 농림식품부, 산림청장, 경찰청장, 소방청장이 공동으로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 발표에 따라, 어제 저녁 7시쯤 긴급 대책회의에서 결정됐다.

강 시장은 “전국적인 산불경보 ‘경계’ 조치와 정부 담화문 발표로 부득이 축제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와 불꽃쇼(불꽃놀이) 등 불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취소하게 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을 소재로 하지 않는 프로그램과 부대행사는 정상 진행된다”며 “새별오름을 방문해 50만 제주시민과 제주시 전 공직자가 협심해 준비한 개막 행사와 마상마예공연 등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거리, 제주의 맛과 멋을 느끼면서 제주들불축제에 많은 성원과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제주시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산불과 들불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3월에 산불 발생 현황을 보면 전남 순천·화순·무안, 경북 경산·합천 등 10여 곳에서 건조한 날씨 속에 화마가 산야를 태웠다.

정부는 전국의 산림 중 산불위험지수가 66이상인 지역이 70% 이상이어서 산불경보 ‘경계’를 발령했다.

단, 제주지역은 3월 8일 기준 산불위험지수는 48로 관심 단계다.

‘오름 불놓기’ 행사는 취소됐지만 개막 공식행사와 희망 기원제, 마상마예공연, 듬돌 들기, 제주화합 전도 풍물대행진 등 불과 관련이 없는 행사는 정상적을 열린다.

제주들불축제는 지난해에도 축제가 전면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제주시는 지난해 강원·경북 지역에 대규모 산불 피해가 잇따르자 ‘2022 제주들불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제주들불축제는 2011년 구제역 발생으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다. 2021년에는 오름 불 놓기가 진행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차량 400대에 한해 입장을 허용했고, 유튜브를 통해 축제 상황을 송출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10일 오전 시청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최근 산불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오름 불놓기' 행사를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10일 오전 시청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최근 산불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오름 불놓기' 행사를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 눈날씨에 경칩 이후로 축제일 바꿨더니 ‘산불’ 복병

축구장 42개 면적에 달하는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30만㎡에 불을 놓으면서 불꽃 향연이 펼쳐지는 제주들불축제는 거대한 불의 향연에 관람객들은 탄성을 내뱉을 정도로 장관이었다.

이 축제로 제주의 봄소식을 전국에 알렸고, 참가자들은 일렁이는 불꽃을 보며 한 해 소망을 빌었다.

들불축제는 원래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없애기 위해 마을별로 오름과 들판에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문화관광 축제다.

1997년 옛 북제주군에서 시작한 제주들불축제의 원래 명칭은 ‘제주정월대보름들불축제’였다. 말 그대로 매년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에 맞춰 열렸다.

그런데 겨울철인 정월대보름(올해는 2월 5일)에는 강풍과 잦은 눈·비 날씨로 축제의 백미인 ‘오름 불 놓기’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더구나 축제장을 찾은 도민과 관광객들은 추위로 인해 축제와 프로그램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축제 기간을 3월 경칩이 있는 주(周)에 개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2013년 제16회부터 ‘제주정월대보름들불축제’가 ‘제주들불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열린 이유다.

축제 시기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문제는 봄철 ‘산불’이었다.

지난해에는 강원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유례없이 재난 피해가 컸고, 정부가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인 제주들불축제도 전격 취소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산불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오름 일대에 대규모로 불을 놓는 축제가 가뜩이나 재난을 당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오름 불 놓기가 취소된 것이다.

올해에도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면서 제주들불축제가 취소됐다. 이로써 2년 연속 봄철 화재에 따른 정부의 방침과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오름 불 놓기’는 없던 일이 됐다.

산림청은 지난 6일 산불 재난 국가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고, 4월 30일까지 산불 특별대책기간을 설정했다.

산불경보가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되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림 또는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불 놓기는 법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제주들불축제에 영향을 주면서 축제 개최일은 물론 오름 불 놓기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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