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요람’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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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장

초저출산 문제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2004년 출간된 ‘텅 빈 요람’도 지구가 재앙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자는 미국의 인구 문제 전문가인 필립 롱맨이다. 그는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 중 자체 인구 수준을 유지하거나 고령화를 예방하기에 충분할 만큼 아이를 낳는 나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노동력이 감소하면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1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근로 소득세 감면, 가정에 기초한 고용과 가업 장려 등을 제시했다.

▲아이 울음소리가 멈추는 사회는 우리나라에서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추락 속도는 1971년 4.54명에서 1984년 1.74명, 2018년 0.98명으로 급격하다. 출생아 수도 1970년대 초반까지 100만명에 달했지만 2002년 49만명, 지난해 24만9000명으로 급감했다.

▲더 큰 위기는 아이 낳기를 꺼리는 청년세대의 인식이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는 비관적이다. 만 19∼34세 남·여 가운데 출산 의향은 63%였다. 특히 여성은 55.3%만이 출산 뜻이 있다고 응답했다. 미혼 청년들은 향후 결혼계획에 대해 75.3%만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5.7%는 저출생·고령화가 미래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있거나, 매우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결혼과 출산 장려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정부도 저출산 쇼크에 이달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먹고살기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청년들에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라는 1960년대 최악의 산아제한 메시지가 역설적으로 현실이 된 셈이다. 2000년대 인구 늘리기 표어로 등장한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 ‘한 자녀보다는 둘, 둘보단 셋이 더 행복합니다’가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자리·주거·육아 등 다양한 분야 지원을 위한 재정 투입, 출산 문화 확산 등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 환경이 절실하다.

젖먹이를 태우고 흔들어 놀게 하거나 잠재우는 요람이 더 비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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