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를 부르지 않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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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동화작가·시인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마음을 동심이라고 한다. 온갖 부조리한 것들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어린이를 천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린이들을 어린이답게 만들어주는 것들은 많다. 천사처럼 순수한 어린이들이 웃는 모습이나 혀 짧은 소리,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남자 어린이들의 소프라노 음성, 천진한 행동, 장난꾸러기 등 어린이들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서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때 묻지 않고 곱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어른들의 소망이다.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가 동요이다. 동요는 감성과 언어능력, 표현력, 사회성 등을 길러주어 어린이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KBS 라디오에서 ‘사라진 동요 100곡을 찾아서’라는 방송을 듣는다. 반달, 고향의 봄, 새싹들이다, 노을 등 과거에 불렸던 동요를 들려주는 방송으로 동요를 부르거나 들으면 마음이 맑아진다. 동요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을 받던 음악이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어려운 시기에 동요는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는 매개체였다. ‘고향의 봄’이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 같은 동요는 남북이 같이 부르고 있기도 하다.

최근 가요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많아지면서 K-POP,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춤이 히트하면서 동요는 어린이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어린이들과 거리가 먼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성인음악에 심취하면서 동요는 천대받는 노래가 되고 말았다. 최근 각종 성인음악 경연대회에 어린이들이 참여하여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어 박수를 보내주긴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다. 동요는 음악시간에 잠깐 배우고 잊어버리는 노래가 되어버렸으며, ‘졸업식 노래’마저도 유명가수들이 부르는 이별노래를 골라 부르고 만다.

동요가 사라진 이유 중에는 오르간이나 피아노가 사라진 교실에서 인터넷 전자음으로 음악을 배우는 탓이 크다.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은 쉬워졌지만 악기가 가진 감성과 감동은 느낄 수 없어 동요가 점점 멀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국악교육의 책임도 있다. 조상들의 얼이 담긴 국악은 아주 소중한 자산이어서 전수되어야 한다. 미래가 없는 것들은 소멸의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므로 어린이들에게 국악은 전수시켜 주는 교육의 중요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과서의 반이 국악으로 바뀌는 바람에 다양한 장르의 국악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교사들은 가르치기 어렵고, 어린이들 또한 음악시간은 괴로운 시간이 되어 버렸다.

‘누가 누가 잘 하나’라는 KBS 텔레비전 방송이 사라졌다가 다시 방영되고 있어 그나마 아직도 동요를 부르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걸 알려준다. 최근에는 제주어 보급의 일환으로 제주어 동요대회를 여는 등 동요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아름답고 맑은 정서가 우러나오는 동요가 사라질 것 같다. 성인가요를 부르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동요를 부르는 각종 음악대회 마저도 사라져 가는 환경에서 동요 살리기가 가능할까? 아이들이 동요를 즐겨 부르는 날이 오도록 어른들이 고민할 차례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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