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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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경기가 나쁠수록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술과 담배, 그리고 복권이다. 대표적 불황형 상품으로 꼽히는 복권 판매가 최근 수년째 늘고 있어 우리 경제의 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복권 구매 지출은 703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이는 복권을 아예 구매하지 않는 가구를 포함해 집계한 평균치여서 실제 가구의 복권 구매비와는 다르지만, 전년 대비 증감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하위 20%에 속한 1분위 가구의 복권 구매 지출이 전년 대비 27.4% 급증해 전체 분위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복권 구매 지출은 7.0% 증가에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지출을 보면 소득 상·하위 계층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1분위 가구의 실질 복권 구매 지출은 21.2% 증가했지만, 5분위 가구의 실질 지출은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가구의 실질 복권 구매 지출은 오히려 1년 전보다 3.5% 줄었다. 지난해 고물가로 지갑을 닫는 와중에도 소득 하위층의 복권 구매 지출은 20% 넘게 늘었다는 의미다. 이처럼 복권 관련 지출이 늘어나면서 복권 판매액도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연간 복권 판매액은 6조4292억원으로 전년도 5조9753억원보다 7.6%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했다.

복권 판매액은 2017년 4조2000억원, 2018년 4조4000억원, 2019년 4조8000억원으로 점차 늘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조4000억원으로 뛰었고, 이후 2021년과 2022년까지 연거푸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복권 판매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고물가 시대에 월급 빼고 모두 오르는 암담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민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절망감에 빠져 일확천금을 노릴 수밖에 없는 몸부림으로 여겨져 안타까움이 더해 간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이 요행수에 기대는 현실이 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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