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개원 60돌 국회개혁 과제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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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가 어느 덧 개원 60주년을 맞지만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은 여전히 그늘져 있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소모적 정쟁과 잦은 파행을 거듭하면서 국민의 마음 속에 쌓인 `정치 불신'때문이다.

입법부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생산적인 정책을 발굴, 명실상부한 `민의의 전당'으로 발돋움하려면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의회권력이 갖는 한계를 극복, 본연의 임무인 행정부 견제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국회 상시개회를 통한 `연중 국회' 체제의 정착과 국정감사 상설화, 정책보좌 기능 강화 등이 대표적 예다. 행정부에 대한 24시간 감시체제가 제대로 가동되려면 365일 국회 문을 열어 내실있는 법안 심사 및 예결산 심의, 국정감사 등이 이뤄지도록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책보좌 기능의 강화를 위해 국회 입법조사처의 역할 보완과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대신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려면 행정부에 대한 고압적, 권위적 자세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중앙당의 비대화로 국회가 사실상 정당의 지배를 받는 왜곡된 구조가 고착되면서 국회의 왜소화를 가져오는 데 일조했다는 문제의식이 적지 않다.

당정협의에서 주요 정책이 결정되는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국회 상임위는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의회직보다 당직을 중요시하는 관행 때문에 다선이 되면 의회활동은 안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미국처럼 의회직인 상임위원장의 권한과 상임위 활동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대선후보 캠프에 들어가 일하는 일은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의원들의 내각 참여도 의회의 행정부 견제 원칙에 어긋난다"며 "원내 중심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단상 점거나 몸싸움 등의 물리적 실력행사나 고함, 욕설 난무 등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켜 온 일그러진 자화상은 지난한 과제로 꼽히는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 정착을 위해 반드시 타파해야 할 고질병이다.

정당들이 강제당론 채택을 남발하는 것도 상생의 국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로 지적된다. 강제당론이 독립적 헌법기관인 개별 의원들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구속하면서 여야간 극한 대립을 초래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만큼 최소한 국익이나 민생관련 법안에 있어서는 자율투표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가 당론에 묶여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진 나머지, 의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준 교수는 "여당은 무조건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은 무조건 반대하는 행태는 대통령 중심제와 내각제가 뒤범벅이 돼 나타나는 후진정치의 산물"이라며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려면 여야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데 수직적 당론이 저해요소가 된다"고 질타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단상점거나 몸싸움 등의 비틀어진 구태가 청산돼야만 국회의 권위를 확립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마찰과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의회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경우 의장이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장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17대 국회에서 전반기 의장을 지낸 민주당 김원기 의원은 지난 9일 정계은퇴의 변으로 "물리적 단상 점령 행태를 청산하고 대화와 타협, 존중의 국회가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국회가 혈세 낭비라는 따가운 시선에서 탈피, 민의의 산실이란 위상을 회복하려면 `일하는 국회', `생산적 국회'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선 그동안 정치공방의 그늘 속에 번번이 뒷전으로 밀렸던 민생 현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정책 개발을 통해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 `정책국회'로 자리매김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치 컨설팅업체인 포스 이경헌 대표는 "국회의원의 자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의안 발의 건수라는 양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의 실생활에 도움 되는 법안을 얼마나 실제 입법으로 연결시켰는지가 바로미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감시체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며 "계량화의 함정이 있을 수 있지만 공천 과정에서 의정활동 성적을 적극 반영하는 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의 윤리성 담보도 개선과제 중 하나다. 국회 윤리특위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의원들의 비도덕적 행태가 도마위에 오를 때마다 솜방망이식 처벌로 통제 기능이 상실되다시피 해 빈축을 샀던 게 사실.

따라서 외부 전문가 참여 등을 통해 윤리특위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등 내부자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9 총선 후 불거진 비례대표 파동에서 보듯이 합법적 정치자금 모금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17대 국회 들어 폐지된 정당 후원회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민전 교수는 "정당 후원회 허용을 통해 깨끗한 돈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기부내용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회가 대의 민주주의 실현이란 제자리를 찾으면서 국민신뢰 회복이라는 개혁의 종착역에 안착하려면 정당정치 및 정치문화 개혁과 맞물려 전반적인 정치 소프트웨어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이상헌 이광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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