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광고물 감소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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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공기는 산소와 질소 그리고 광고로 구성돼 있다.”

프랑스의 수필가이자 원로 광고인인 로베르 괴링이 말했다.

사람은 하루에 수천 개의 광고물을 본다고 한다. 깨어나자마자 집 안에 있는 다양한 상품을 보게 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도 음식점, 열쇠 가게 홍보 등이 눈을 어지럽게 만든다. 집 밖에 나와도 마찬가지다. 각종 물품을 파는 가게 상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도로를 달리는 버스와 택시에도 다양한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주머니나 손 안에 있지 않으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1년 내내 세일하는 광고가 무더기로 나온다. 그야말로 세상이 광고로 뒤덮였다.

▲튀르키예 이즈미르주 셀추크에는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지인 에페수스가 있다. 광고업계는 이곳 길가에 있는 한 대리석을 인류 최초의 광고물로 여긴다.

대리석에는 발자국과 구멍이 뚫린 하트 심벌, 동전 크기의 구멍, 그리고 여인의 모습 등이 새겨져 있다.

이곳의 발자국보다 큰 사람(성인)이 구멍을 메울 만한 동전을 가지고 발자국 방향으로 가면 여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트 심벌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은 외로운 사람이라는 뜻인가.

이 대리석과 가까운 곳에는 과거 1만여 권의 책을 소장했던 셀수스 도서관이 있다. 135년 만들어진 이 도서관은 당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페르가몬 도서관과 함께 세계 3대 규모의 도서관이었다. 지금 남아 있는 건축물의 모습도 참 곱다. 이 도서관 맞은편에는 홍등가가 있었다고 한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앞서 말한 발자국이 새겨진 대리석은 이 홍등가를 홍보한 것이다.

인류 최초의 광고는 결국 홍등가의 홍보물이었다.

▲제주지역의 불법 광고물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의 최근 3년간 불법 광고물 수거 현황을 보면 2020년 1048만개에서 2021년 534만개로 50%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에도 수거량은 390만개로 전년보다 27%가 감소했다. 불법 광고물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 반가운 일이다. 도심지 미관을 해치는 것이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불법 광고물이 줄어든 원인은 그리 반갑지가 않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 탓이다.

업체들이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단지를 제작하고 현수막을 설치하는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의 그늘이 너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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