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閏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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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윤달(閏月)은 음력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음력에선 한달이 29일 또는 30일이다. 1년 동안 지속하면 354일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양력 365일과 11일 차이가 나 3년 지나면 한달 안팎의 오차가 생긴다. 이러면 양력과 날짜를 맞추기도 어렵거니와 계절의 추이를 정확하게 알 수도 없다.

윤달이 나온 배경이다. 그렇다. 윤달은 음력에서 양력과 날짜와 계절이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통 양력으로 19년 동안 7번의 윤달을 두는 ‘19년 7윤법’이 일반적이다. 이럴 때 3년에 한 번꼴로 윤달이 찾아온다.

▲윤달은 ‘음력에서 평년의 12개월보다 1개월 더 보태진 달’로 정의된다. 가외로 더 있는 달이기에 공달, 덤달, 여벌달, 남은달이라고 부른다. 윤달을 썩은달이라고도 한다. 그건 윤달이 사람의 피부, 신체 부분에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윤달은 예부터 민간 풍속에서 상서로운 기간으로 여겨왔다. 하늘과 땅을 감시하는 신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기여서 무슨 일을 해도 부정을 타지 않는다는 거다. 오죽하면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속담이 있었을까.

▲우리 조상들은 윤달을 ‘귀신도 모르는 달’이라고 했다. 해서 평소 신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했던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하곤 했다. 묘지 이장, 산소 손질, 수의 장만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하면 집안이 평안하고 자손이 번창한다는 속설이 전해져 온 탓이다.

우리나라 연중행사와 풍속 등을 정리한 세시풍속지인 동국세시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이 서책은 조선후기 학자 홍석모가 1849년에 편찬했다. ‘윤달은 택일이 필요없어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 만드는 데 좋으며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

▲오늘(22일)부터 윤2월이 시작된다. 다음달 19일까지 한달간이다. 2020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이에 따라 양지공원 등 전국 각지의 화장장(火葬場)도 분주해지고 있다. 유골을 화장해 납골당(봉안당)에 안치하거나 자연장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급증해서다.

화장을 선호하는 달라진 장묘문화의 영향이 크다. 화장터를 선점하기 위해 제주는 물론 전국 곳곳에서 치열한 클릭 전쟁이 벌어졌던 이유다. 화장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지금은 윤달 기간 예약이 모두 완료돼 화장 순서만 기다리고 있다. 이들에겐 윤달은 그야말로 ‘행운의 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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