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알면 물의 소중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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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박사(지하수학)·제주도개발공사 R&D혁신센터장

지구에 물이 먼저 생겼을까, 산소가 먼저 생겼을까? 태초 지구 원시 대기에 산소는 없었다. 대기에 있던 수증기가 구름이 되고 비를 내려 호수와 바다가 생겼고, 물속에 살던 광합성 생물이 산소를 방출했다. 물이 있어 대기 중에 산소가 생겨난 것이다.

물은 지구 생명체 역사와 깊숙이 관여돼 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고 인류 탄생과 진화를 이끌었다. 그렇기에 물과 생명의 관계를 알면 물의 소중함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으리라. 나아가 물의 위기를 인식하고 대안을 찾아 나갈 것이다.

지구가 형성된 46억년 전, 태초 지구는 운석과 혜성이 날아들고 화산이 폭발하는 시뻘건 행성이었다. 화산 폭발로 지구 내부 가스가 솟아 나오며,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등으로 구성된 원시 대기가 만들어졌다. 지구 표면이 서서히 식으면서 수증기가 구름이 되고 비가 내리면서, 40억년 전 호수와 바다가 생겼다. 35억년 이전부터 물 속에 살던 광합성 생물인 남조류는 산소를 내뿜어, 22억년 전에는 대기 중 산소 비율이 21%까지 늘었다. 산소에 의해 형성된 오존층이 해로운 태양 자외선을 차단하면서 4억년 전 지상에도 생명체가 나타났다. 3~4만년 전 비로소 인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고, 인류는 진화를 거듭해 약 9000년 전 강가를 중심으로 신석기 농업혁명을 이끌었다. 지구에 물이 있어 인류가 탄생하고 진화할 수 있었던 셈이다.

지구 최초 생명체는 산소 없이 살았다. 현재도 산소 없이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다. 주름개선에 쓰이는 보톡소를 만드는 세균이 그렇다. 그러나 물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바이러스마저도 물이 있어야 증식된다.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세포질에는 유전자와 에너지를 만드는 생체 공장이 있다. 세포질의 약 70%는 물인데, 물이 있어야 유전자가 복제되고 영양소와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생명 탄생의 주역이자 생명 유지의 핵심인 물이 이제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는 남극 바다 빙하가 2016년부터 급격히 녹는다고 했다. 남극 바다와 육상 사이의 빙벽인 스웨이츠 빙하도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스웨이츠 빙하가 녹으면 남극 육상 빙하가 연쇄적으로 바다로 녹아내려 해수면이 3m까지 오른다는 예측도 있다. 바다에 인접한 육지가 수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심해지고 있다. 2022년에는 태평양 수온이 낮아지는 라니냐와 온난화 현상이 겹치며 인도 폭우, 북미 폭설, 영국 폭염 등 이상기후가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중부지방 집중호우, 남부지방 가뭄 등 피해가 컸다. 기후변화는 물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제주도도 기후변화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집중호우와 잦은 가뭄은 지하수 생성과 이용에도 영향을 준다. 제주도가 ‘2040 플라스틱 제로 섬’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구에 물이 생겨 수중 생명체가 나타났고, 산소가 만들어져 인류가 탄생했다. 인류는 물과 더불어 진화했다. 미래에도 물과 함께할 것이다. 매년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물의 날 주제는 ‘변화의 가속화’다. 환경과 수자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행동으로 변화되길 소망해 본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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