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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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논설위원

“어떻게 건강하게 살까?”가 숙제가 되었다.

나는 김형석 교수님의 삶을 닮은 미래를 꿈꾼다. 100세가 넘도록 사시는 것이 부러워서도, 지위가 높아서도 아니다. 그 연세가 되도록 아직도 무엇인가를 하시는 모습을 흠모한다.

고교동창들의 단톡방이 바쁘다. 사업을 하거나 의사나 변호사를 하는 몇 안 되는 친구를 제외하면 거의 퇴직하고 집에서 아내님들의 눈치를 보며 산다. 잠깐이나마 아내님의 지배에서 벗어난 친구들은, 오늘도 바둑·탁구·골프 등을 빙자하여 삼삼오오 모여 회식하면서 찍은 사진을 단톡방에 올린다. 덕분에 근 50년 전 까까머리 학생들의 백발이 된 모습을 본다.

그렇게 친구들은 바쁘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거의 집에만 박혀있다. 그래서 시간을 보내려고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던 버릇을 못 버렸을 뿐 아니라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어 책을 볼 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며 생각한다. “왜 내가 이것을 하고 있지? 혼자 좋자고 하는 것인가? 그렇게 혼자만 알다가 때가 되면 이 모든 것을 두고 떠날 텐데 떠나면 그만인가? 혹 나만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남겨두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나는 대학에서는 중국어학을 가르쳤지만, 근 30년 전부터 한 스님께서 강권하여 함께 불교 공부를 한 인연으로 지금은 오히려 불교가 전공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중국어학을 전공한 것 때문에, 누구보다도 불전해석을 정확히 할 수 있었고, 그동안의 잘못된 해석까지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스님께서는 “열심히 공부하세요. 나중에 퇴직하면 할 일이 생깁니다.”라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지금 나는 그 덕을 본다. 2주에 한 번씩 친구들과 만나 불교 공부를 하는데, 그동안 익힌 것이 밑천이 되어 나의 역할이 생긴 것이다, 핑계에 모임에서 선생으로 대접까지 받아 좋다.

사실이 그렇지만 그것 또한 잠깐인지라 남은 시간이 무료하다. 다행히 재직 중에도 대부분 시간을 책상에서 보낸 것 때문에, 많은 분량의 실적을 쌓아 두었는데, 이곳저곳에 방치된 그것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하고 나니, 그 양이 좀 많다. 그것을 받아든 사람들은 나의 별명 狂如(광여)처럼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 짓을 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놀란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에 욕심이 생긴다. “그래, 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며, 더불어 아내의 지배까지도 당당하게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바로 이것이다.”

그 분량이 방대하다고 하나, 이 재주를 스님과 나만이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포기했다. 그러나 남에게 없는 재주일 뿐 아니라, 많은 분의 독려까지 받고 있으니, 용기 내어 도전하기로 했다.

처음은 항상 긴장된다. 학교에서는 제도의 보호를 받았다.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 반드시 과목을 취득해야 하므로 수업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이라도 허술하면 폐강될 것이다. 한 번도 듣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두 번만 들은 사람은 없을 정도가 되어야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성공하면 나도 여생을 의미 있고 활기차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살다간 나의 흔적도 남길 수 있다. 그 흔적이 비록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의미 없는 일이 될지 모르나, 먼 훗날 나의 후손들에게 자부심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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