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벌에서 펼쳐지는 ‘백호기’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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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편집국 부국장·서귀포지사장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4년 전. 필자가 고등학교 재학 당시 ‘백호기 축구대회’ 예선에 맞붙는 상대 학교 사정으로 두 학교 모두 응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지금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 전교생이 수업을 거부하고 운동장에 모여 ‘침묵 시위’를 벌였다. 교장 선생님의 결단으로 응원에 나서도록 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전교생이 학교가 떠나갈 정도로 환성을 내질렀던 기억이 새롭다.

‘2023 제주일보 백호기 전도 청소년 축구대회’(이하 백호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주일보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2021년 2년 연속 중단됐다 지난해 재개되면서 도민들의 가슴속 깊이 고여있던 추억을 소환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대회가 열림에 따라 학교별 응원전이 없어 아쉬움이 많았지만 올해 ‘백호기’는 다르다.

경기장을 찾아 교가와 응원가를 힘차게 부르며 ‘열 두 번째 선수’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고등부 경기에 출전하는 학교마다 자율 응원으로 오라벌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바디섹션 응원을 경험했던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응원을 전수하는 맥(脈)이 끊겨 과거의 화려한 바디섹션 응원전을 볼 수는 없지만 학생 수백명이 하나가 돼 교가와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을 응원한다.

대기고등학교는 30일 오후 3시30분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고등부 첫 경기에 전교생이 참여해 응원을 펼친다.

서귀포고등학교도 예선 첫 경기부터 전교생이 참여해 응원전을 펼친다. 서귀포고는 코로나19 여파로 선후배 간 응원 노하우 전수가 끊김에 따라 총동창회에서 21일부터 28일까지 학생회 간부를 대상으로 응원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오현고등학교는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학생회 중심으로 많은 학생들이 응원에 나서도록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제주제일고등학교는 주중 경기 없이 토·일요일 경기가 예정됨에 따라 희망 학생을 받아 자율 응원에 나선다.

제주중앙고등학교도 다른 학교에 뒤질세라 최근 학생 대의원 총회를 열고 응원전에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유도하기로 했다.

고등부 경기에 출전하는 학교 총동창회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을 통해 경기 일정과 대진표를 공지하며 응원전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대회에 이어 올해에도 동문OB부 경기가 펼쳐지면서 경기장을 찾은 도민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안길 것으로 기대된다.

젊은 학생들의 우렁찬 함성에 더해 4월 1일 고등부 준결승 2경기가 진행되는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에서는 제주유나이티드와 함께하는 ‘달려라 슈팅스타’ 이벤트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푸짐한 경품을 제공한다. 제주유나이티드 선수단 팬사인회도 열린다.

‘백호기’는 학교의 명예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혼신을 다해 뛰는 선수와 응원에 나선 재학생, 모교를 빛내기 위해 참여하는 동문들이 모여 펼치는 축제의 장이다.

단순한 축구대회를 넘어 도민을 하나로 모으는 ‘백호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벚꽃이 만발한 봄을 맞아 연인 또는 온 가족이 함께 오라벌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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