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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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 서초교회 목사

오늘날 미국은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1600년대나 17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보면 아메리카는 신대륙의 기회보다는 여러 가지 위험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신대륙 자체의 위험 요소들 외에도 일확천금을 노려서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유럽에서 범죄를 저지르고나서 도피해가는 사람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던 시기에 미국의 어느 광산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신대륙 초기의 광산촌은 광부들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았고, 그곳을 찾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범죄자들이 많았다. 술주정이나 도박은 그들의 일상이었고 살인사건도 드물지 않게 일어났다. 그런 광산촌에 광부들을 위한 식당이 있었는데 거기서 일할 아줌마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기다리던 중에 어떤 아줌마가 일을 하겠노라고 찾아왔다. 젊은 아줌마였는데 그런데 아줌마는 임신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찾아온 듯이 보였는데 어쨌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줌마는 곧바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서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건강 관리가 잘 안되어서 그랬는지 아기를 낳던 과정에서 아줌마는 생명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아기는 살았다. 아기는 살았는데 거기서는 아기를 키워줄 여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든 간에 식당을 드나들던 광부들이 아기를 키워야만 했다.

술 마시고 도박이나 하던 광부들이 교대로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그러다 보니까 술 마시고 도박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아기가 성장해가면서 광부들은 말과 행동을 조심하기 시작했다. 사랑스러운 아기가 거친 말과 행동을 배우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아기 옷을 구해서 입히려고 경쟁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광산촌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재앙들이 급하게 오고가는 시대에 정치 경제 군사 외교 그리고 IT 분야의 경쟁과 위험 요소들을 생각하면, 오늘날의 한반도는 어느 신대륙이나 광산촌보다 훨씬 더 위험스러워 보인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격렬하게 경쟁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 땅에서, 사람들이 마음을 합하여 무슨 일을 했다는 이야기는 잘 들려오지 않는다.

어떻게든 상대를 쓰러트리려는 함성이 수시로 들려온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관심이 없으면서, 누군가의 잘못에 대해서는 온 힘을 다해 쓰러트리려 한다. 그래서인지 이 나라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잘 태어나지 않는다. 거친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어려워 보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지난 1월에 첫 손자를 보았다. 백 일이 안된 아기를 품에 안고 있으면, 아기의 과거사가 며칠 안되어서인지 아기의 얼굴은 주로 미래와 희망만 말하려는 듯하다. 과거와 현재에 집중하면서 위험스러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우리 사회의 얼굴은 아기의 얼굴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된 아기에게 무척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우리가 할 수 없었던 일을 새로운 세대에 맡겨야 한다는 점이 무척 안타깝기도 하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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