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5주년을 맞이하면서
4·3 75주년을 맞이하면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문경수, 리쓰메이칸대학 명예교수/ 논설위원

다시 4월이 다가오면서 이곳 일본에서도 4·3 위령제나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4·3 희생자를 추념하는 4월은 일본에서는 새로운 연도가 시작되는 희망찬 출발의 시절이기도 하다.

더구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행동제한이 대폭 완화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이다. 필자가 사는 교토(京都)에서도 벚꽃이 만발한 가운데 새 출발에 설레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일본에서의 4·3 행사도 코로나19 제한 완화와 더불어 개정된 4·3 특별법의 희생자 보상을 비롯한 여러 조항이 시행되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이루어질 만큼,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뜨거운 호응이 기대된다.

일본에서의 4·3행사는 4월 3일 제주에서의 4·3 위령제가 봉행 될 같은 무렵에 오사카 덴노지(天王寺)의 화기산통국사(和 山統國寺)에서 거행되는 4·3 희생자 위령 기도볍회에서 시작된다. 통국사에는 2018년에 재일 동포와 뜻있는 일본 시민들이 힘을 모아 세운 제주4·3 희생자위령비가 있다. 위령비 건립 이후로는 오사카에서의 주된 4·3 행사는 이 통국사 경내에서 이루어져 왔다.

도쿄·오사카에서의 주요 4·3행사는 매해 제주에서의 4·3 위령제 등 주요 행사들이 대충 끝난 무렵인 4월 하순에 제주4·3희생자유족회나 제주4·3평화재단 등 제주 현지의 여러 4·3 관련 단체·기관의 대표들을 초청해서 실시된다. 올해 도쿄는 21일~22일 이틀에 걸쳐, 500명 수용 규모 회의장(日暮里·닛포리 서니 홀) 에서 4·3평화재단 고희범 이사장의 강연과 안치환 콘서트 등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대규모 회의장에서 이틀에 걸친 4·3행사는 일본에서는 처음이다.

오사카는 그다음 날 통국사 경내에서 4·3을 주제로 하는 안성민의 판소리와 40여 명의 4·3 희생자 유족으로 구성된 제주4·3평화합창단의 노래 공연 등으로 구성되어, 유튜브로도 온라인 방영될 예정이다. 오사카 위령제는 3년 만의 대면 개최로 치러진다. 이어서 오사카에서는 차세대 젊은이들이 직접 4·3 유적지를 방문해서, 현지 4·3 관계자들과 교류하면서 제주 4·3을 배우는 “차세대를 위한 제주 4·3 평화 기행 Peace Tour”(5월 12일~15일)도 기획되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의 4·3행사는 그저 연례행사에 그치지 않는 각별한 의의를 가진다.

개정 4·3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4·3 희생자에 대한 보상과 재일 제주인의 4·3 피해 실태에 관한 추가 진상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일본에서의 4·3 운동도 새로운 동력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의 추가 진상 조사는 개정 4·3 특별법에 명시된 규정에 따라서 4·3 평화 재단이 추진하는 4·3 희생자 추가 진상 조사의 6개 항목 중의 하나로서 실시되고 있다.

오사카에서는 이곳에서 4·3 운동을 주도해 온 오광현 재일 4·3 희생자유족회장 등 6명이 조사팀을 이루고, 희생자·유족의 대면 조사를 중심으로 작년 하반기에 제1차 조사를 마무리했다. 올 4월부터는 6개월의 제2차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4·3 희생자 유족과의 다양한 교감이 생기고, 이는 일본에서의 4·3 유족회 활동의 재정비와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의 75주년 4·3 위령제도 일본에서의 4·3 유족회의 새로운 출발, 일본에서의 4·3 운동이 명실공히 희생자·유족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 기대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