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아들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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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이 태백산 에서 신시(神市)를 다스리던 시기. 어느 날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환웅은 이들에게 “쑥 한 자루와 마늘 20쪽을 주면서 그것을 먹고 100일간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곰은 인내심을 발휘, 21일 만에 여자로 변했다. 그러나 호랑이는 이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버렸다. 한반도에서 첫 사람인 웅녀는 결혼할 사람이 없었다. 결국 환웅이 사람의 몸으로 변해 그녀와 결혼했다. 그 후 웅녀가 낳은 아들이 바로 단군왕검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 신화다. 우리나라 신화에서는 웅녀, 즉 여자가 먼저 태어났다.

기독교 문화에서는 이와 다르다.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의 형태를 만들고 코에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어 아담을 만들었다. 또한 아담이 잠든 사이 하나님이 아담의 갈비뼈 하나를 취한 후 그것으로 여자를 지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이브다. 남자가 먼저 태어난 것이다.

▲유교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남아선호 사상이 드셌다. 과거 딸이 여럿인 집안에서는 아들을 낳을 때까지 자식을 낳는 경우가 흔했다. 그러다보니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1970년대에는 산아제한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됐다. 당시 표어를 보면 기가 차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하나 낳아 젊게 살고 좋은 땅 넓게 쓰자.’

이런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에도 아들을 낳기 위해 자녀 3~4명을 두는 경우가 흔했다.

▲이제는 아들·딸을 고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참 무서운 시대다.

미국 뉴욕 웨일 코넬 의대 지안피에로 팔레르모 교수팀은 최근 정자의 성을 선택해 인공수정하는 기술을 이용해 80%의 정확도로 원하는 성별의 배아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 팀은 X염색체 정자가 Y염색체 정자보다 약간 더 무겁다는 점을 이용해 정자를 선별한 후 아들을 원하는 부부에게는 Y염색체 정자로, 딸을 원하는 부부에게는 X염색체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것. 그 결과 딸을 원하는 부부 59쌍은 292회 인공수정 중 231회(79.1%) 딸 배아를 얻는 데 성공했고, 아들을 원하는 부부 56쌍은 280회 인공수정 가운데 223회(79.6%) 아들 배아를 얻었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배아의 성별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비판도 거세다. 과학의 발달로 신의 영역으로 여기던 분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이 과연 옮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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