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색으로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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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주 청년 예술가 내일을 얘기하다(8)

배주현 작가
개인전 출품작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는 ‘해바라기’ 앞에 선 배주현 작가.

“색은 신기하다. 색을 조합해서 특별한 색을 만드는 것이 좋다. 색깔을 가진 세상의 것이 모두 좋다.”

배주현 작가(26)를 지난 1일 제주시 조천읍 돌하르방미술관에서 만났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배 작가의 첫 개인전 ‘나의 정원’이 열리고 있는 곳이다. 개인전은 오는 10일까지 이어진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배 작가의 곁에 아버지 배인호씨가 함께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장애 미술치료 바우처를 통해 처음 그림을 접한 배 작가는 교사로부터 ‘색감이 너무 좋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색 사용에 소질을 드러냈다.

칼라클레이를 쥐여주면 몇 개 없는 색을 주물러 자신이 원하는 색을 만들어내곤 했다는 것.

색감에 눈을 뜨고 나서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2015년 꿈틔움 공모전 장려상을 시작으로 2016년 한국장애인미술협회 주최 제7회 ‘희망키움’ 미술경진대회 특선과 제주도가 주최한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그림공모전 대상을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초대전과 단체전 등에 작품을 출품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주제는 말, 코끼리, 기린, 돌고래, 얼룩말과 같은 동물에서부터 해녀, 제주의 풍광, 상상 속 그림으로 확대됐다. 특히 해녀의 모티브는 외할머니다.

배 작가의 아버지 배인호씨는 “해녀인 외할머니가 테왁을 정비하는 사진을 보면서 주현이가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전혀 그림에 없는 사람을 그려 넣어 의아했다. 물어보니 외할아버지라고 말하더라”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무 그늘 속에서 거의 보일락말락 한 점처럼 외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배 작가의 관찰력이 돋보였던 순간이었다. 배인호씨는 그날 이후 배 작가의 작품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으로 어떻게든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며 살아온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영, 첼로, 최근에는 취업까지 아버지는 배 작가에게 경험하고 해낼 수 있는 과제를 끊임없이 던졌다. 그 모든 것을 묵묵히, 게다가 잘 해냈다는 배 작가는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극복하며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거침없이 “그림 그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배 작가는 “그림 속 주인공들은 모두 ‘나의 정원’에 있다”며 “그림 속에서 함께 뛰어놀고 함께 얘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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