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도 알작지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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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前 애월문학회장·시인

푸른빛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해안선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다가온다. 구름은 금방이라도 바다에 빠질 것만 같다. 해변에는 가마우지의 날갯짓이 한창이고, 파도가 밀려와 자갈에 부딪히는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잠시 마음을 빼앗긴다.

모처럼 내도 알작지 해변에 왔다. 알작지의 ‘작지’는 자갈을 뜻하는 제주말이다. 또 ‘알’은 ‘둥근 모양’을 뜻하는 것으로 ‘둥근 자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몽돌해변이 많다. 그중 거제 농소, 울산 강동, 추자도 모진이 몽돌해변이 유명하다. 알작지는 길이 300~400m, 너비 10m로 늘어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예전에 결혼사진 촬영장소로 자주 찾았던 곳이다.

알작지의 자갈들은 물이 흐르는 옆에 있던 바위들이 흐르는 물의 힘에 의해 수십만 년간 부딪히고 깨지면서 다듬어져 지금같이 작고 아름다운 자갈이 형성되었다. 이처럼 자갈들이 형성된 것으로 보아 50만 년 전에는 이 일대가 규모가 큰 하천이 흐르고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간다.

알작지는 형형색색의 몽돌들로 이루어졌다. 자갈의 크기도 모양도 다양하다. 미끈한 돌도 있고 구멍이 숭숭 난 돌도 있다. 동글동글하고 색상이 다양한 내도 자갈은 이제 다른 이들의 주인이 돼 버렸는지 그 규모는 많이 축소됐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 드나드는 일부 사람들이 돌을 하나 둘 가져가버렸기 때문인데 이러한 일은 이제 더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 일대 돌담과 밭담, 심지어 방사탑도 자갈로 쌓여있는 것을 보면 이곳이 자갈이 많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제주시 유형문화유산 제4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는 방사탑과 마주한 바닷가에는 너럭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바위자체가 신당이라 ‘두리빌레당’이기도 하다. 바위 위에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새들의 오후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알작지처럼 대규모로 형성된 곳은 이곳 말고는 드물어 보존가치가 높다. 그래서 2003년 알작지를 제주시 문화유산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알작지엔 알작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너럭바위에서 동쪽을 보면 울퉁불퉁 튀어나온 형형색색이 바위가 있다. 아아용암류에 의해 형성된 ‘악마의 정원’이라 부르는 곳이다. 개 닮은 바위가 있는 가 하면 고양이와 낙타 모양의 바위도 만날 수 있다.

바닷가로 내려가 동쪽으로 가면서 보면 여러 가지 모양의 기암괴석을 만날 수 있다. 찾아보며 이름을 붙여 보면 재미를 더한다. 또 인근 ‘양아지개’에는 거북이가 마셨다는 ‘구심물’이 졸졸졸 흐르고 양아지개 바로 위 바위는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어 색다른 맛을 준다.

몇 년 전 여기서 만난 한 할머니는 그 물에서 나물이며 채소를 씻고 있었다. 그 할머니는 옛날엔 이곳의 물을 길어다 밥도 짓고, 제사도 지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땅속에서 물이 나오는 곳을 가리키더니 물을 마셔보라고 한다. 달콤하다.

여기서 체육공원을 지나 조금 가다보면 ‘도리코지 암맥군을 만날 수 있다. 이 일대에는 암맥군이 바다를 연모하듯 줄 지어 서있다.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나간 바위는 끊어짐 없이 하나로 이어져 마치 살아 꿈틀대는 거대한 흑룡이 용틀임을 보는 것 같다.

알작지에는 신의 조화를 이룬 듯 한쪽에서는 알작지의 차르르 거리는 소리에 운치를 더하고, 또 한쪽에서는 형형색색이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뤄 오묘함에 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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