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신분이 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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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소방공무원 출신인 32세의 청년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구조대원과 구급대원, 산악구조대원, 항공대원 등을 거친 10년 차 소방 공무원이었던 오영환이다.

그는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소방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소방 안전 관련 법안을 다수 입안했다. 원내 대변인직까지 수행하며 인지도도 높아져 재선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높았다.

그런 그가 최근 돌연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을 1년 앞 둔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 사람들을 더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려놓을 용기를 낸다. 재난으로 인한 비극을 더욱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치에서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오만함도 함께 내려놓겠다”며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사명, 내가 있던 곳이자 있어야 할 곳, 국민의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총선 불출마 선언은 국회의원으로서 누리던 특권을 모두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았던 소방관이라는 직업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신분사회는 중세 유럽, 인도의 카스트 제도, 고대 그리스·로마 등 많은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 있는 신분의 세습, 서로 다른 신분 사이의 통혼금지, 신분에 따른 특유한 생활양식을 특징으로 하는 고정적이며 폐쇄적인 사회이며, 업적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변동적이며 개방적인 근대사회와는 대조적이다’.

백과사전이 규정하고 있는 신분사회에 대한 설명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직업이 신분인 사회가 됐다. 먼 옛날 것으로만 여겨졌던 신분사회가 현실에서 부활했다는 느낌이다.

직업의 선택이 자신이 어떤 일을 가치 있게 하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분 획득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부유층 자녀들이 법조인이 되기 위해 로스쿨을 향하고, 이공계 상위권 학생들이 무조건적으로 의대를 지원하는 현실을 보면 직업이 신분이 됐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국회의원이라는 특권 신분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자신이 천직으로 여기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으로 복귀하려는 오 의원의 용기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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