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난 일과 일어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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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완,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팬데믹 탓으로 세계적인 위기를 겪었던 2022년 1월 ‘오사카 코리아타운’이 공식 출범했다. 도쿄 신오쿠보 코리아타운이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오사카 3개 재래상가가 모였다고 한다. 오사카(大阪) 코리아타운이 있는 이쿠노구(生野區)는 일본 지자체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다. 일제 강점기와 제주 4·3, 6·25전쟁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특히 제주에서 이주해온 재일제주인이 많다. 오늘 우리가 여기를 찾은 이유다.”

이 원고가 신문에 실리는 날에 일어날 일이다. 아직 오사카 이쿠노구 코리아타운에 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요즘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어느 분야에서든 변화가 급격히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일어난 일을 기억해내고, 정리 분석하는 것도 버겁다. 그런데도 ‘굳이’ 일어나지 않은 일을 논단 지면을 빌려 쓰는 까닭은 4월이 이울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4월은 일어난 일인 제주 4·3, 그리고 꼭 일어나야 할 일인 ‘제주 4·3 바른 이름 붙이기’ 희망이 교차하는 달이다.

위나라 군주가 선생님을 모시고 정치를 한다고 하면 무엇부터 할 것인지를 물었다. 공자는 “반드시 이름을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자로는 탐탁스럽지 않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것이로군요. 선생님께서 물정에 어둡다는 것이요! 바로 잡는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아끼는 만큼 그의 성급함을 염려했던 터라 이렇게 일침을 놓는다. “버릇이 없구나, 유(由)야! 배운 사람(君子)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는 법이다.”

따끔한 꾸짖음에 이어지는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통한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을 이어 나갈 수 없다.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으면 일을 해낼 수 없다. 일을 해낼 수 없으면 문화 질서(禮樂)가 일어날 수 없다. 문화 질서가 일어날 수 없으면 형벌을 주는 것이 들어맞을 수 없다. 형벌을 주는 것이 들어맞지 않으면 사람들이 손발을 둘 데가 없다. 그러므로 배운 사람이 이름을 붙이면 반드시 말을 이어 나갈 수 있고, 말을 이어 나갔다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다. 배운 사람은 말을 할 때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지난해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면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후 특별재심 공판을 통해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도내 최대 규모 수용소였던 주정공장 옛터에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75주기 추념식 난입 사건, 제주 4·3사건 김일성 개입설 주장, 공산당 폭동설 유포와 같은 실정법 위반 소지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 4·3이 올바른 이름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쿰다로 푸는 제주 섬의 역사와 난민’팀이 재일본제주 4·3난민 위령제 참여와 현지 조사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역사 경험을 가진 제주인을 토대로 형성되었고, 조국 분단과 정치적 파장이 일상에서 이웃, 가족, 친족 관계를 통해 경험되는 사회다. 여기에 바른 이름을 붙이는 것이야말로 모빌리티와 혼종성, 예외 공간 등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출발점이 될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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